[성명] 법무부는 난민혐오에 기반한 반인권적 난민법 개정법률안의 밀행적 입법시도를 즉시 중단하라
1. 법무부는 2020. 12. 28. 오늘 ‘난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히며 보도 자료를 배포하였다. 법무부는 2019년부터 이 내용을 성안하여 정부 내부부처 회람 등을 수 차례 거쳤으며, 그 핵심은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를 남용적인 신청자로 낙인찍고 거부해온 기존의 행정관행에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더 신속히 난민들을 추방하겠다’라는 것이다. 한국의 난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옹호하며 활동해온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일련의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법안 제정 시도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난민법 일부개정법률 안의 입법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2. 한국의 난민법은 정부가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법률이라고 자부해왔던 인권법이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협애한 난민정책과 부족한 해외 난민에 대한 지원으로 대외적으로 내세울만한 성과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난민법의 제정 및 시행은 부족하나마 한국정부가 아시아에서도 어느정도 앞선 제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홍보해왔던 최후의 보루였다. 그런데 지금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난민법일부개정안은 그나마 존재했던 난민법의 근간을 7년만에 완전히 뒤 흔들어 사실상 난민법을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시켜 버리려는 시도다.
3. 법안의 내용은 난민의 권리를 명확히 침해한다. 특히 법안의 뿌리를 이루는 것은 ‘부적격 결정’과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이다. 즉, ‘재신청’한 난민들은 서류로만 심사해서 원칙적으로 기각하겠다는 것이고, 법무부가 “한국에는 난민이 없고 대부분은 제도를 남용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라고 주장하며 ‘잘못’ 이해한 기준에 따라 거부해왔던 대부분의 난민신청을 ‘명백히 이유없다’라고 낙인 찍고 출국을 명할 뿐 아니라 소제기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으로 ‘빨리’ 진행해서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4. 뿐만 아니라 시기상조인 부적격결정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제도다. 현재의 난민제도에서는 우연히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게 된 일부 난민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1차 심사에서 기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1,000여건을 서면 심사하는 난민위원회는 온전한 구제절차로 기능할 수 없다. 난민 소송은 대부분 본인소송으로 진행되는데, 국가정황정보들을 변호사 없이 번역, 정리,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법정에서 판사가 선의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 기각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의 난민제도는 심사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난민”이 확인되지 않는 구조다. 그러한 현실적인 전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신청을 막는 것부터 제도를 바꾼다면, 천운을 만나지 못한 대부분의 난민들은 사지로 추방될 수 밖에 없다.
5. 명백히 이유없는 난민신청으로 분류하여 신속히 출국시키겠다고 하는 사례 – 체류연장 목적, 경제적인 이유, 사인간의 분쟁 – 들은 법무부가 국제법을 오해하고 있는 난민 불인정 결정 사유이다. 난민들이 체류를 연장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방되지 않기 위해 한국에서 체류를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한국에 별다른 생계마련 제도가 없으니 당연히 적법하게 취업하여 일용노무에 종사하며 수년을 심사를 기다리며 누울 곳과 먹을 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인간의 분쟁이라도 국가보호 의 실패가 있는 경우 난민협약상 난민인정 사유이며, 난민협약상 사유가 없어도 고문방지협약에 근거한 인도적 체류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체류연장 목적, 경제적인 이유, 사인 간의 분쟁 등의 사정이 있다는 사실은 난민과 난민이 아닌 사람을 구분할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핵심은 ‘체류를 연장하려 하고,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살면서’ 있는 난민이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해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할 체계적인 정보와 자료, 심사역량이 없다 보니, 난민신청자 개인을 의심하며 이 난민신청자가 한국에 더 있으려는 것이 아닌지, 돈을 벌러 온 것 아닌지만 줄곧 심사한다. 직업을 구할 수 있어도 난민들이 심사에 부정적 영향이 갈까 두려워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굶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법무부 개정안은 이렇듯 현실과 국제기준에 동떨어진 잘못된 판단을 법적으로 근거를 만들어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6. 마치 인권적으로 허용하는 것처럼 새로이 ‘녹음’ 파일 등사 규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이미 현재 정보공개법에 따라 당연히 대상이 되는 면접조서 녹화, 녹음 파일을 부당하게 비공개결정해왔던 것을 가리고, 오히려 축소하려는 법안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난민신청을 한 경우 처벌의 사례를 만드는 것은 난민들의 입증을 위축시키고 인권변호사와 활동가들마저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서류를 내지 않으면 기각되고, 서류를 내면 수사대상이 된다. 그 외의 법률안들 역시 모두 난민의 송환에 직, 간접적으로 기여할 규정들이다. 통번역, 난민위원회 심의 관련 조항 정도만 유일하게 그나마 의미가 있으나, 통번역 마저도 처분서의 번역이 아니라, 외주 용역을 통해 ‘옆에서 대략 설명해주겠다’는 것에 불과 하다. 난민위원회도 위원수를 늘리는 것 외에 구조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7. 거시한 입법례들도 문제다. 보도자료에서는 입법의 필요성을 강변하기 위해 애써 다른 나라의 입법례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나쁜 해외 입법례’는 근거가 될 수 없거니와, 심지어 그 내용마저 미묘하게 다를 뿐 아니라 한국이 처한 맥락 역시 또 다르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해하기 쉽게 거친 통계를 인용하자면 현재 세계에서는 100명이 보호를 구하고 30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10여명이 인도적 체류로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예로 들고 있는 타국가들의 입법례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100명 중 20여명을 난민 또는 인도적 체류로 보호하고 사회정착에 관한 제도도 마련된 상황에서, 일부 이를 후퇴하는 형태로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100명중 1명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사회정착에 관한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난민분야에 있어 초등학생으로, 기본적 기준과 제도 마련부터 해야 할 한국 정부가 미적분부터 풀겠다고 교과서를 집어던진 격이다. 세계 적으로 소문난 가혹한 난민인정심사 기준으로 대부분의 난민을 부당하게 송환에 이르게 하는 한국정부는, 이제는 난민보호에 대한 의지를 이제 아예 버린 것인가. 그래서 난민들이 송환되어도 좋다고 전세계에 이제 알리고자 하는 것인가.
8. 입법 절차의 문제도 명확하다. 이번 법률안과 대동소이한 법률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는 대부분의 난민법 개정안에 대하여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을 작년, 그리고 올해 두 차례 피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작년, 의견조회에 따른 답신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모든 법안에 대해 반대하였다. 입법예고 전 법무부 실무자들은 법안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관들의 의견은 바뀐 것이 없다. 난민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국제기구인 유엔난민기구는 입법예고 직전에야 법안의 내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엔난민기구 또한 국제규범 기준에 못미치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번 난민법 개정안은 법안을 발의하려는 법무부를 제외한 모두가 – 시민사회단체들과 난민당사자들은 물론, 독립적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률 전문가들의 모임인 대한변호사협회까지 – 반대한 법안으로, 유엔난민기구에는 그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밀행적으로 추진되었다. 도대체 왜인가?
9. 난민을 보호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난민을 거부하고 추방하기에는 너무 빠른 법무부의 이번 난민법 개정안은 그나마 존재하던 난민인정심사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오히려 인권법안들의 통과가 늦어지거나, 폐기되어야 할 반인권적 법 안들이 수시로 통과되는 기현상을 확인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전세계를, 그리고 수 많은 시민들을 덮치고, 취약한 난민들을 더 가혹하게 옥죄고 있는 지금, 난민추방하라는 난민혐오를 막아야할 정부가 앞장서서 이에 편승하여 밀행적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시민사회는 보다 넓은 연대를 통해, 난민들이 이제 지중해에서만 사망하는 것 이 아니라 한국의 국경에서 추방되어 사망하는 결과를 낳게 될 부당한 난민법 개정법률안의 발의 및 통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난민혐오에 기반한 반인권적 난민법 개정법률안의 입법절차를 즉시 중단하라.
둘째, 정부는 오히려 난민의 절차적 권리와 사회정착에 관한 바람직한 법률안의 논의를 위 해 시민사회, 유엔난민기구, 전문가단체들과 협의하여 새로운 법률안과 정책을 입안하라.”
2020. 12. 28. 난민인권네트워크
▣ 난민인권네트워크 (2020. 12. 기준 아래 28개 단체회원 및 4개 특별회원)
난민인권네트워크 [TFC(The First Contact for Refugee)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 께하는 동행, 공익사단법인 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센터 드림(DREAM), 국제난 민지원단체 피난처, 글로벌호프, 난민인권센터, 동두천난민공동체, 동작FM, 사단법인 두루,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수원글로벌드림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 화를향한이주MAP, 이주여성을위한문화경제공동체 에코팜므,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의 정부 EXODUS, 이주민지원센터친구,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재단법인 동천, 재단법인 화우 공익재단,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파주 EXODUS,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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