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제17회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포럼이 열렸습니다. 법무부 주최, 한국이민학회와 한국외대 글로벌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다양성 시대의 이민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1. 다양성 시대의 이민정책
첫 번째 순서는 한경구 UNESCO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설동훈 교수, 조영관 변호사, 임현묵 UNESCO 아태국제이해교육원장의 발표와 토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경구 사무총장은 발표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이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이민은 ‘노동력’이 아닌 ‘사람’이 오는 일이며, 따라서 이민은 국가가 원하는 것처럼 쉽고 간편한 인구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설동훈 교수는 인구학(인구정책)의 관점에서 이민이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하면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도입 등 지역이민정책을 통해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개변수에 해당하는 취업 또는 투자기회 등 일자리 관련 사항의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조영관 변호사는 한국의 이민정책 방향에 대하여 (1)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2) 이미 한국에 좋은 법과 제도가 많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그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기존 제도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습니다.
임현묵 UNESCO 아태국제이해교육원장은 기존 다문화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주배경인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선주민이 함께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2. 이민청년과 이민정책의 미래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대학생, 대학원생, 대학교수, 활동가로 한국에 살고 있는 이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인 압델라임 노란은 인도적체류자로서 한국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였습니다. 특히 한국 학교에 다니는 이주배경학생의 경우, 한국어 교육 뿐 아니라 한국어로 진행되는 교과과목 전반에 대한 학업 지원이 필요하며, 대학 입시를 위해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 특별히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재스민 존은 외국인 대학원생으로서 겪는 어려움에 관하여, 비자 문제로 인해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의 해외 출국 기회가 제한되어 이들의 연구 주제는 국내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향후 연구계획을 밝히는 등으로 신분과 국내 체류 필요성이 확인된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현행 6개월이 아닌 1년 단위로 체류자격을 연장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스리잔 쿠마르 교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한국에서 가장 불친절한 곳’으로 불린다고 하면서, 자신은 한국정부초청장학생으로서 안정적인 체류자격이 확보되어 있음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갈 때마다 무서웠다는 경험담, 그리고 비교적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두려움은 자신이 겪은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라연우 활동가는 외국인정책의 미래에 관하여, 외국인을 ‘잠시 다녀가는 손님’이 아닌 ‘함께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낼 사람’으로 여길 때 비로소 좋은 외국인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며, 정부가 앞장서 꾸준히 이주민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과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습니다.
3. 글로벌스탠다드와 이민정책의 새로운 활로 모색
마지막 세션에서 이재호 IOM 한국대표부 정책담당관은 이주글로벌컴팩트를 소개하였고, 송영훈 교수는 난민의 보충적 수용 개념을 소개하였습니다. 보충적 수용이란 민간에서 외국인유학생과 이주노동자 등의 형태로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으로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에 관하여 유엔난민기구 이탁건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절대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간과되고 난민을 능력에 따라 선별적으로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4. 나가며
국가는 국내 산업기반을 지탱하여줄 노동자, 대학의 빈자리를 채워줄 유학생, 지역 소멸 현상을 완화시켜줄 인구의 유입을 원합니다. 그러나 이민당사자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때로는 국가와 이민자의 필요가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해의 상충으로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민'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는 동안 이주배경 청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받아 적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담당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번 포럼이 한국의 출입국외국인정책 운영에 꼭 필요한 대화의 한 과정으로서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지 실무수습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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