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을 못한다’고들 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을 때엔, 비유적인 의미인 것은 알지만 ‘사실 개구리는 올챙이였을 때를 잘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인간입니다. 세상의 많은 성인들은 자신이 한때 아이였다는 것을 쉽게 까먹기 때문입니다. 한때 본인이 아이였음을 까먹는 것과 더불어,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이 더해진다면 그 문제에는 더욱 공감을 하기가 어려워질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23일 참여한 난민 실무 아카데미는 공감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7월 23일 열린 난민 실무 아카데미는 주로 난민 아동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강의는 session 1과 session 2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2. 이주 아동의 정의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가 강의해주신 session 2는 이주 아동과 관련된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 법에서 이주 아동의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한국 국적이 없이 한국에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사람이 일컬어집니다. 이는 또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출생 미등록 아동과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나누어집니다. 시스템의 미비로 어느 국가에서도 출생신고가 완료되지 않은 출생 미등록 아동과 달리, 미등록 이주 아동은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서 체류 자격 없이 살아가는 아동입니다. 강의는 이런 미등록 이주 아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이었습니다. 만약 부모가 미등록 이주민이라면 아동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난민신청자의 경우, 태어났을 때는 체류 자격이 있지만 난민 인정이 되지 않는다면 체류 자격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모든 이주민의 문제가 중요하지만, 아동권리협약으로 인해 보호되어야 할 아동의 문제이기에 사안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에서도, 이주아동의 체류 과정을 다루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즉, 아동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강제 퇴거나 구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동반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법무부 지침으로 아동이 학교를 다니는 중이라면 단속을 자제하고, 단속이 되더라도 강제 퇴거가 유예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에 의한 것이 아닌 지침일 뿐이기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나 강제성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지침이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체류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법 집행을 유예를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국에 연고가 없고 한국 문화 정체성을 가지고 자라온 아동도 졸업 후에는 강제 퇴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제도 개선의 물꼬와 한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부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는 이후 대책 마련을 시작했고, 올해 4월 19일,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 나왔습니다.
최초로 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계점이 지적되는 부분이 큽니다. 특히나 유엔 아동 인권 위원회 등의 권고와는 다르게 해당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구제 대책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태어나야 하고, 15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중고교에서 졸업을 해야 합니다. 이 3가지 조건 중에서도 1, 2번 조건은 범위가 굉장히 협소합니다. 외국에서 태어나서 아동 시기에 한국에 온 사람들은 배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15년이라는 체류 기간 역시도 너무 긴 편에 속합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4~5년, 아무리 길어도 10년이라고 합니다. 아동 별로 상황이 너무 다른 데에 비해서 과하게 제한적인 조건은 너무나 행정편의적이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차별금지의 원칙과도 어긋나 있고,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에도 부합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 문제가 있다고 느낀 부분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부분입니다. 이는 아동 권리에 대해 명시한 부분에 비해서 지나치게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는 즉 제도를 악용하는, 법질서를 저해하는 사람들을 막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입니다. 이런 태도는 이주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주 아동은 국민의 반감의 대상이 되고 제도를 악용할 사람들이라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5. 나가며
이번 난민 실무 아카데미를 통해서 미등록 이주 아동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 두루두루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비한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 역시도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김진 변호사는 꾸준한 관심과 끈질기고 집요한 태도가 필요함을 강변했습니다.
‘보이지 않을수록 차별이 심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제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귀로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등록 이주 아동이란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음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혐오가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이 시대에, 천부적인 인권을 갖는 존재로서 이주 아동의 권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낍니다.
21기 인턴 정희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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