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백조를 꿈꾼 발레리나 소녀 ‘로사’가 보여준 한국 성매매 업소의 실태

2014년 6월 17일

※본 포스팅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로사’ 포스터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5월의 막바지, 어필은 외국인의 성매매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정신영 변호사의 제보를 듣고, 사무실로부터 멀지 않은 동대문의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원래는 밤 늦은 시간에 서울에서 단 두곳에만 개봉한다고 하여 함께 심야 영화를 보려 했지만, 이후에 개봉관이 확장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기 때문인데요. 또한 이전에는 리서치와 토론회에서만 접했던 주제인 ‘외국인 성매매’를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로 본다는 기대도 매우 컸습니다.

동묘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자 영화관이 보였습니다! 여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더운 날씨였는데요. 좋은기업센터에서 근무하셨던 유정 팀장님도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날 유정 팀장님은 어필에게 흔쾌히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점심 메뉴는 김종철 변호사가 강력 추천한 햄버거!!! 어필의 인턴들과 변호사들은 영화관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영화를 보기 전, 맛있는 점심을 먹었답니다 😀 유정 팀장님 감사합니다 ♥

어필의 변호사와 인턴들은 기분좋은 점심을 뒤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이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를 향한 착잡함과 한국인 성매매 업주를 향한 분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로사는 우즈베키스탄의 한 시골에서 자란 소녀입니다. 그녀는 러시아의 발레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돈을 벌러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의 성매매 업소로 가게 됩니다. 이후 로사는 발레학교가 아닌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며 원치 않게 성매매업에 종사하게 되는데요, 발레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무작정 한국으로 온 소녀에게 한국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곳이었습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몸도 마음도 황폐해진 로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성매매 여성들과 한 방에서 생활하며 고향을 그리워 합니다. 하지만 포주는 자신이 담당하는 성매매 여성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챙기며 생활하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비자 연장, 감금, 폭행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합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에서 로사와 다른 성매매 여성들은 숙소에서 한달에 단 한번 숙소 밖으로 외출이 가능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숙소는 긴 통로와 계단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밖에서 확인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숙소를 만들어놓은 것은 일반인들의 신고를 차단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로사는 언제 러시아로 돌아갈수 있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과 포주에게 모든 돈을 다 빼앗겼기 때문에 탈출을 한다 해도 발레학교에 진학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간직한 채 포주의 지시에 따라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모텔을 전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의 관객들은 로사의 춤이 아닌 몸을 관람하며 열광하는 나이트클럽의 손님들입니다.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 날 로사는 클럽의 무대에서 러시아 발레학교를 생각하며 유유히 발레를 합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로사는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는데요. 포주는 그런 로사가 발레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을 두려워하며, 끊임없는 폭행을 가합니다. 하지만 폭행을 입어 얼굴에 상처가 난 날에도 로사는 짙은 화장으로 상처를 감추며 일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로사 뿐만이 아니라 심한 폭행으로 뼈가 부러져 입원한 성매매 피해자, 처음으로 업소에 출입한 뒤 포주에게 폭행을 당한 성매매 피해자도 등장합니다. 폭행의 이유는 단 하나, ‘저항하지 말고 열심히 몸을 팔라’는 것입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아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로사가 발레학교에서 면접을 보며 발레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포주가 로사를 동정하게 되면서 저는 내심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유흥업소를 걸어가는 이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며, 현실에서는 상당수의 성매매 여성들이 포주와 성산업의 굴레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가기 때문입니다.

△ 영화 ‘로사’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결말은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그 때문에 해외 성매매 피해자들이 인신매매의 굴레로부터 해방되어 자신들이 꿈꾸는 삶을 그려나가기를 더욱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어필은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전개하며, 어필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 합니다. 해외 성매매 피해 여성은 성매매 여성이라는 취약한 지위와 외국인이라는 지위가 겹쳐져 한국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로,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좋은 영화를 소개 해준 정신영 변호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필로그>

청계천 8가를 걷는 인턴들!

(7기 인턴 이근옥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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