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어필의 김보미 실무수습 변호사, 문찬영 인턴, 조진서 캠페이너는 전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유엔난민기구, 재단법인 동천의 공동주최로 개최된 “난민협약 가입 30주년, 난민법 제정 10주년 국제학술대회: 파편사회에서의 난민보호와 시티즌십”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참여한 오프라인 행사였는데요, 어필의 이일 변호사의 기조발제와 “국내 난민보호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보호”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세션 1의 내용을 두 파트로 나눠 전해드립니다.
기조발제: 국내 난민보호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보호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이일 변호사는 학회의 기조발제로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현재와 미래를 개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국이 난민협약을 비준한지 30년이 지났지만, 협약은 여전히 충분한 난민보호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협약의 한계는 크게 규범 내적과 외적인 요소들로 구분지어 볼 수 있는데, 규범 내적 한계로는 협약이 난민 개인이 아닌 ‘협약국’을 당사자로 하기에, 난민 당사자, ‘국적국’ 및 ‘인근 국가’, 혹은 시민사회 등의 주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협약은 강제송환금지의무(Non-Refoulement Principle)를 기반으로 협약국에게 난민보호의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로 작동하기에, 이는 협약국으로서 재량권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그 기초적인 의무만 다하면 나머지는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역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점차 초국가적 국제기구가 힘을 잃어가고, 개별 국가 내에서는 ‘반이민’ 서사를 내세워 난민을 타자화시키는 극우주의가 발현하는 등, 협약 규범 외적으로도 난민보호의 실현을 제약시키는 방해물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난민협약의 한계는 협약 이행을 위해 제정된 한국의 난민법에도 유의미하지만, 한국의 특수성에 의한 난민법의 한계에 대한 고찰 역시 중요합니다. 난민법에는 우선 규범상 난민보호 및 난민정책을 책임질 ‘주체’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난민의 정의, 강제송환금지원칙, 소수자 보호, 난민인정자 및 인도적체류자의 권리 등의 기초적인 내용 역시 부족한 상황입니다. 난민법 규범 외적으로도 난민정책 이해관계자들 간의 다이나믹, 소수자 혐오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량 부족 등의 장애물들은 난민법의 난민보호 실현을 크게 제약합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요? 난민협약은 한계가 많지만 여전히 난민들에게는 유일한 ‘무기’이자 ‘마지노선’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협약의 강제송환금지의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해석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또한 난민글로벌컴팩트에서 격려된 ‘전사회적 접근’ 및 시민사회의 참여, 그리고 난민보호에 대한 이웃 국가들 간의 지역적 합의 등의 포괄적 보완 역시 요해집니다. 난민협약의 미래는 협약의 법률적 효용성에 치중하지 않고, 난민보호를 위한 법적 활동과 더불어 인권운동, 시민사회 참여, 그리고 난민 당사자들의 주체성 확장을 위한 다양한 연대를 구축함에 있습니다.
난민법의 미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난민법의 의의를 유지하고 법률 개정 역시 개진함과 동시에, 난민보호 자체는 법적 기틀 밖에서 증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난민옹호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 변호사, 그리고 인권단체 등의 역량 및 규모 확장, 그리고 법률 개정 및 정책 변화에 힘을 실어줄 시민들의 동참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분명하게 찾아올 미래’로서 앞으로 증가할 난민들에 대한 지구적 연대의 보호대책의 강구, 그리고 ‘이미 찾아온 현재’로서 한국사회 속 살아가고 있는, 각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난민들의 사회적 자리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우정 속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미래를 규정할 계기들이 될 것이다.”
발제 1: 강제송환금지원칙과 난민인정자의 강제퇴거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첫 발제를 맡은 공익법센터 어필의 선임연구원 김종철 변호사는 국적국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고문을 받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다가 범죄를 저질러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은 난민의 사례를 소개하고, 해당 사례가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난민인정자 등에 대한 강제퇴거는 난민협약상 강제송환금지원칙(난민협약 제33조)과 국제인권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고문방지협약 제3조 및 자유권 규약 제6조, 제7조)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난민협약과 국제인권법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서로 중첩되지만 동시에 차이점도 있습니다. 특히, 난민협약이 일정한 예외를 인정한 반면 고문방지협약과 자유권 규약은 예외 없는 절대적인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난민협약이 인정하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제33조 제2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1) 특히 중대한 범죄에 관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것, 2) 그 국가공동체에 대해 위험한 존재가 될 것, 3)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난민인정자가 입게 될 위험보다 송환으로 얻는 공익이 현저하게 클 것이 요구됩니다. 또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도 절차적인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강제송환결정의 사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근거가 된 자료를 제공 받아 그에 대한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아야 합니다.
반면에 국제인권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은 예외 없는 절대적인 원칙으로서 법적 구속력있는 국제관습법이기 때문에 위 요건과 절차적 보장이 모두 충족된다 하더라도 고문 혹은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나 형벌을 당할 위험이나 생명권을 침해당할 위험이 있는 국적국 등으로 강제퇴거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민협약 | 고문방지협약과 자유권 규약 | |
강제송환금지 대상 | 난민 | 모든 사람 |
강제송환금지 지역 | 난민협약상의 사유로 박해를 받을 지역 | 사유 불문하고 고문 등을 당할 지역 |
강제송환금지 예외 | 인정 | 불인정 |
또한, 강제퇴거명령은 집행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체 없이” 강제 집행의 성격을 띄기 떄문에 그 자체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위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문의 가능성이 있는 국적국 뿐만 아니라 그러한 국적국으로 당사자를 송환할 제3국으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난민인정자 등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은 난민협약상 예외 요건을 모두 갖추고, 국제인권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고문이나 박해 등 위험이 있는 국가로 보내질 가능성을 배제한 후 명령이 내려져야 가능합니다.
난민인정자 등의 강제퇴거는 난민의 인권 보호라는 난민협약의 대상과 목적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개되었던 사례와 같이 특히 고문 트라우마 등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평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강제퇴거가 최대의 두려움일 수 밖에 없는 난민인정자 등의 강제퇴거는 난민이라는 지위가 제공하고자 하는 보호의 본질에 맞도록 가장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22기 인턴 문찬영, 이주어선원 캠페이너 조진서 작성]관련 활동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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