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141124 앨런 맥키판사 NGO 간담회

2014년 11월 24일

   

작년 이맘때 쯤 한국을 찾아 여러 단위의 활동가 및 변호사, 판사, 출입국공무원들과 강의 및 모임을 가졌던 국제난민법판사협회(IARLJ)의 프로젝트 디렉터 앨런 맥키(Allan Mackey)전(前) 판사가 한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초청하여 주관한 이번 방문에서도 판사, 출입국공무원들과의 강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중간에 짬을 내어 도시락을 먹으면서 일선 난민인권옹호활동을 하는 NGO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어필, 공감, 피난처, 유엔난민기구의 활동가분들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 2013. 11. 25.자 포스팅「난민 및 보충적 보호신청에 대한 신뢰성 평가 – 사법적 기준과 표준」수강 후기 참고(http://www.apil.or.kr/1428)  ► 2013. 11. 29.자 법률신문 기사 「[인터뷰] 방한한 앨런 맥키 국제난민법판사협회 디렉터」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AO&serial=80313      

□ 앨런 맥키(Allan Mackey) 전(前) 판사님 약력사항

– 뉴질랜드 오클랜드(Aukland)에서 법학학사(LLB) 취득

– 영국 크랜필드(UK, Cranfield)에서 경영학석사(MBA) 취득

– 現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프로젝트 디렉터 (Project Director,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Refugee Law Judges (IARLJ))

– 前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회장 (Former President,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Refugee law judges (IARLJ))

– 영국 상급이민판사 (Senior Immigration Judge, UK)

– 뉴질랜드 난민지위항소위원회 위원장 (Chair, Refugee Status Appeal Authority, NZ)

– 뉴질랜드 이민보호재판소 부의장 (Deputy chair, Immigration and Protection Tribunal: IPTNZ)

    

시간이 1시간40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한국의 법체계에 대한 자세한 선이해가 서로 공유되지는 않았기에 구체적인 질문이 오가기는 쉽지 않았으나, 참가자들은 앨런 맥키판사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은, “한국의 난민소송의 구조가 현재 정립이 안되어있는 것 같은데. 난민 인정불인정 결정 취소의 소로 다툴 때에 다툼의 대상이 되는 법무부의 불인정결정 처분이 난민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신청자가 제기하는 몇 가지 사유(ground)에 국한하여 내리는 거부처분인지 명확하지 않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지”에 대한 것이었고,   

두번째 질문은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적법성 입증책임을 처분청이 지도록 하고 있는데, 처분 사유를 법무부에서 적법하다는 입증을 하는 구조가 일관되지 않은 상황임. 난민인 것을 입증하는 것은 원고측에서 하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법무부에서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타당한데, 2007. 대법원 판례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앨런 맥키 판사는 이 주제 즉, 난민소송의 구조 및 입증책임에 관한 주제는 각 나라의 구체적인 법제를 고려해야할 뿐더러 그 자체로 논문 하나를 써도 모자를 정도의 커다란 주제라고 밝히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긴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난민(難民)”이란 용어가 일본에서도 입증책임과 정도에 있어서도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란 점을 언급하고 싶다. 1960년대 이전에 쓰였던 단어는 보다 refugee에 부합했는데, 일본 당국이 난민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의미가 마치 “뭔가 생명을 반드시 잃을 수도 있는 사람”과 같이 오해된 점이 있다. 

판사가 판결을 할 때는 각 법제에 따른 구조에 의거해서 판결을 내린다. 예를 들어, 유럽의 법제를 보자. 법원은 우선 사실관계를 밝혀야 하는데, 과거 행정청에서 어떤 형태의 결정과 판단을 했든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해서 다시 판단을 해야한다. 정부의 난민심사관이 내린 처분서와 여러가지 증거자료들이 그 과정에서 이용될 수 있다. 

그와 달리 어떤 나라에서는 법원의 심사가 법률심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즉, 법률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심사를 하고, 원고가 신빙성 입증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았는지 등 절차적인 부분에 위법성이 없는지를 본 후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예전심사를 반복하게 하는 것이다. 

판결은 오로지 판사가 올바르게 이뤄져야할 방향에 대해 명확히 지시할 수 있을때만 가치가 있는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소송의 변론에서는 법무부단계의 심사와 완전히 독립된 심사가 이뤄진다. 완전히 새롭게 심사를 하는 것이다(Completely fresh assessment of the case).

    

한 참석자에 의해서 한국의 소송구조는 한편으로는 처분사유의 위법성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처분시점의 난민사유 존부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다 심사를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사자본인신문이 신청할 때에만 이뤄지고, 때로는 신청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있어 애매한 상태라고 표현하자 앨런 맥키 판사는 다시 다음과 같이 답하였습니다.    

난민협약의 요청은 사실 소송단계에서 완전히 이전결정을 무시하고 새로운 심사를 할 것(de novo review)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심사를 하지 않으면 판결시점에서 난민인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민협약상 난민을 인정하는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설권적인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한국의 법제가 그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법률, 절차상의 위법의 존부만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뉴질랜드의 법무부가 운영하는 Immigration and Protection Tribunal 웹사이트(링크)에 판결이 전부 공개되어 있는데, 판결을 보면 뉴질랜드의 난민지위를 판정하는 부서는 정부부처 중에서 가장 큰 부처일 뿐 아니라, 전면적인 인터뷰(full interview)와 신빙성 심사(credibility assessment)를 포함하여 꽤 공정하게 결정을 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인정결정을 받게 되면 Tribunal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최소1명이상의 판사가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심사를 하는데, 특이하게도 법무부쪽은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역자 주 : 직권주의와 유사) 뉴질랜드에서는 판사가 정부의 역할까지 전부다 맡아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심판관은 변론이 종결된 후로부터 90일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는 판사가 특정한 절차에 의한 구속을 받는다. 판사가 심문을 하게 된 이후에는, COI, 전문증인, 일반증인등의 증거를 고려한 후 판결문을 쓰게된다. 우선적으로 두 가지 이슈들에 주목한다. 1) 원고가 국적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실제적인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들(신빙성 평가를 통과한 증거들에 의한), 2)난민협약상 사유에 포함된다면, 모든 증거 및 이야기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처분을 취소하던지 유지하던지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들이 요약되고, 위험성 평가를 거친다. 고등법원의 사법심사는 행정부에서 이뤄지는데, 그곳에서는 원심판결의 법률위반 존부만을 심사하고, 위반이 있을 경우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지시를 주고 환송한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도 비슷한 구조다. 상당히 더 복잡하긴 하지만, 이민부서의 결정에 대한 이의는 독립된 이민부 판사에 의해 당사자주의에 의거한 대심적 판단을 받는다(직권주의가 아니다)고, 대립되는 주장이 펼쳐진다. 상급법원에서는 판사가 법률심사를 하는데 한국의 법원과 비슷한 것 같다. 원심법원의 위법한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다. 예를 들어, 국제법, 유럽법의 잘못된 적용이나 신뢰성 평가에 문제가 있을 경우원심판결을  취소하는데, 만약 인터뷰가 필요할 경우 그와 같은 취지를 부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신청자의 발언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한다. 

위와 같은 커다란 차원에서의 질문 이후에는 난민소송에서 변호사의 역할의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통번역의 문제도 그렇고, 개인에게 구체적인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COI를 이용하여 개인의 박해가능성을 입증해야하는 어려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상 입증책임에 관한 논의를 심도있게 할 수는 없었지만, 입증책임의 경우 사실상 국가가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에 입증책임의 분배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부분을 국가가 고려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 앨런 맥키 판사님과 열띤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한국 판결문의 번역본이 앨런 맥키 판사님과 공유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교법적으로 한국의 사법체계와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평가해보는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간담회를 통해 현재 구조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난민판결의 문제를 다시 곱씹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나열해보자면 현행 난민법상 난민불인정결정의 성격, 난민불인정결정취소의 소의 성격, 입증책임 문제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입증책임은 법률요건분류설을 따르는데, 한국의 통상적인 행정소송의 경우 행정청의 적법성 통제를 위해 주장은 원고가 하지만 처분사유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분청이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제로 위법성 판단의 기준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범위등 다양한 법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의 소의 경우 난민편람의 내용을 오독하여 소송에서 원고가 난민사유 일반을 모두 주장해서 입증책임을 져야하고 동시에 처분사유의 위법성까지 함께 주장해야하는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처분청은 난민불인정결정을 내릴때 사후 처분사유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지 않게 되어 – 엄밀히는 “난민법상 난민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사유 -에 대해 별다른 조사 없이 만연히 처분을 내리게 되고, 불인정사유서에도 명확한 이유설시가 없습니다. 따라서 소송에서도 국가측 소송수행자는 구체적인 증거 없이도 ‘원고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 합리적인 경험칙에 반한다.’라는 신빙성에 대한 탄핵만 일관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지만, 원고에게 난민요건 전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재판부도 판결문을 설시할때는 난민요건 전부에 대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분류해서 설시하지도 않고, ‘원고 – 인간’에 대한 신빙성과 ‘원고의 주장 –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신빙성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증거평가의 권한이 재판부에 일임되어 있다는 명목하에 ‘박해의 위험’ 평가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추측에 기초한 평가가 객관적인 증거보다 우선하여 증거를 ‘믿기 어렵다’며 배척하기도 합니다. 재판부로서도 각 요건에 대해 국제적으로 확립된 여러 법리가 정치하게 판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만한가 아닌가를 막연하게 고심(?)하다가 판결을 선고해야하는 부담을 갖게 되고, 만약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면 피고의 불인정결정사유서를 약간 정치하게 다듬어 설시할 수 밖에 없는 형태로 판결서가 작성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민법원의 설치 등 난민인정절차 전반에 대한 새로운 재구성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 난민협약에 최대한 부합하는 형태로 법리가 이뤄져야 할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며, 그 불이익은 모두 난민신청자가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차 변호사들의 날카로운 주장을 통한 각 난민요건에 대한 판례정립으로 정리되어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여러 고민들을 정리해보고, 한편 엄청나게 오래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지신 앨런 맥키 판사님의 여유롭고 겸손한 태도까지 함께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난민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