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 기업인권책임 그리고 사회책임투자(국민연급법 개정 관련 토론회를 다녀와서)

2013년 7월 22일

1. 어필은 왜 국민연금법 개정 토론회에 갔을까요?

2013년 7월 2일 어필은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와 공시법제화(왜 환경-사회-지배구조 고려와 공시인가?)”라는 긴 이름을 단 국민연금법 개정과 관련한 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왜 어필이 뜬금없이 국민연금법 토론회를 다녀왔을까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사실 국민연금은 어필의 맨데이트 중의 하나인 해외 한국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 피해자 지원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강제수용이 문제가 되어 어필이 국제민주연대, 공감, 희망법, 좋은기업센터 등과 함께 NCP에 제소를 한 포스코의 경우 국민연금이 6.44%(2011년 말 기준)의 주식 보유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즈벡에서 아동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수입해서 문제가 된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9.17%(2012년 말 기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대표적 비인도적 무기인 ‘확산탄’의 생산기업인 한화와 풍산의 최대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인권침해에 연루된 기업들에 국민연금이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보니 어필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토론회도 그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의 발제(사진 출처: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 토론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토론회의 첫번째 발제는 책임투자전문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가 하였습니다.

류대표는 먼저 보편적 소유주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보편적 소유주(Universal Owner)’는 국민연금 처럼 전체 산업에 걸쳐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대형투자기관을 의미합니다. 2013년 3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총투자 규모는 75.6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6.5%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투자기관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입니다. 또한 국민연금은 총 589개의 국내 상장 기업들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중 주식 보유 지분율이 3%이상인 종목 수가 200개를 상회하는 것을 보면 거의 전 업종에 걸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장기성과는 KOSPI 성과와 사실상 연동됩니다.

보편적 소유주인 연기금은 자신에게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최대의 수익이 돌아가도록 맡긴 돈을 운용할 책임 즉 ‘수탁자 책무(Fiduciary Duty)’를 가지고 있습니다. 류대표는 이러한 수탁자 책무의 관점에서 해외주요연기금들 즉 뉴질랜드 연금(NZS),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OTPP),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노르웨이 글로벌 연금펀드(GPFG), 캐나다국민연금(CPPIB),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의 대부분이 투자정책상에서 비재무적요소(ESG), 즉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차원으로서 의결권 행사 및 사후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곽관훈 교수(사진출처:사회책임투자포럼)

다음 발제자로 나선 곽관훈 교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으로서 2개의 안을 제시하셨습니다.

1안은 책임투자를 의무규정으로 두는 것이고, 2안은 책임투자를 선택규정으로 두고 , 다만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유를 공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곽교수는 두가지 안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을 고려해 볼 때 2안이 적정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2안을 통해서도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공익성을 제고하면서, 국민연금 운영의 투명성, 책임성 제고, 책임투자의 확대, 기업의 자발적 CSR경영 유도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곽교수는 국민연금은 연금수급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수탁자 책무(fiduciary duty)를 부담하는데 수탁자 책무는 투자결과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과정상의 의무이어서 그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고, 따라서 투자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재무적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재무적 정보(ESG)를 고려했는지 여부를 수탁자 채무 준수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두 분의 발제 이후에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토론을 하였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실장은 사회책임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법적인 구속력을 두는 것은 적정하지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유는 국민연금이 ESG 요소를 평가할만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지금도 시장에서는 법적 제재와 강제 없이도 사회책임투자문제는 해결되고 있고, 너무 많은 공시요청은 기업활동을 제약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법적강제보다는 투자설명회와 같이 국민연금에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에서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EF 컨설팅, 임대웅 상무는 최광림 실장과 달리 사회책임투자의 법제화를 주장하였습니다.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ESG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된 상황에서는, ESG를 고려하지 않는 것 자체가 바로 신인의무위반이라면서, ESG 고려 여부를 공개하고 만일 고려하지 않은 경우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당연한 필수사항이라고 하였습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강동호 상무는 사회책임투자 문제와 관련하여 펀드매니저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가 중요한데, 과거에는 펀드매니저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였으나 현재는 사회책임투자를 정말 중요한 기본적인 투자의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NH-CA자산운용, 홍정모 과장은 자산운용사 현업의 입장에서 사회책임투자실행의 제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의 수익률로 평가되기 때문에 사회책임투자도 자사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고려하는 것인데, 현재 사회책임투자는 장기적으로 승률이 있긴 하지만 ESG 평가의 객관적 평가 기준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수익률이 나오려면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증권사나 운용사에서 아직 ESG 평가조직을 가지고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하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남양유업 사태 등을 볼 때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어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 국내 투자문화의 선진화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국, 양성일 국장은 국민연금이 공적연기금이기 때문에 책임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국민연금내에 책임투자팀도 신설할만큼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책임투자는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책임투자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고, 또한 국민들은 책임투자가 윤리투자라 생각해서 수익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법에 ESG 원칙을 규정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법으로 의무화 한다고 해도 사회책임투자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고, ESG 지표 및 공시방법의 고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과연 인권 옹호수단이 될 수 있을까요?

결국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토론회 참석자 모두에 일반적 합의가 있었고, 다만 법제화를 할 것인지, 한다면 의무규정으로 할 것인지 선택규정으로 할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토론회를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현 투자현상을 봤을 때 국민연금 스스로 책임투자를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책임투자를 법제화하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두는 것이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 법제화 진행이 쉽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책임투자가 법제화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는 결국 인권적 관점이 아니라 투자적 관점에서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오로지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책임투자를 바라보고, ESG요소도 투자 수익적 관점에서만 반영한다면, 인권침해 기업이 ESG요소가 나쁘더라도 그것을 커버할만큼의 재무적 요소가 있다면 여전히 국민연금은 그 비인권적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ESG평가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ESG 우수등급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군입니다. 따라서 현상태에서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거와 별반 다름없는 투자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방향이 우려되면서 과연 해외연기금들은 어떻게 사회책임투자를 실행하고 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후속 포스팅에서는 해외연기금들의 책임투자를 사회책임투자의 발전역사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김세진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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