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요? (Part 3)

2013년 7월 19일

앞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대로 호주는 별도의 인신매매법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서 인신매매를 범죄화하고 처벌하고 있으며,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이나 인신매매 예방도 따로 법제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호주연방정부는 2003년부터 인신매매퇴치전략 (a whole-of-government strategy to combat people trafficking)을 수립하여 인신매매 예방, 실태파악과 조사, 형사기소 그리고 피해자 지원 및 복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인신매매 피해자보호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인신매매퇴치전략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인신매매피해자 지원 프로그램(‘The Support for Trafficked People Program’-‘STPP’)을 시작하였고, 특히 2009년부터는 호주 적십자(Red Cross)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인데, 1. 피해자의 단기 및 장기 지원과 2. 호주연방경찰(Australian Federal Police)과 함께 형사사법절차를 돕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평가 단계(Assessment Stream)

인신매매 피해자는 출입국, 경찰, NGO, 병원, 영사관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발견되지만, 피해자가 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호주연방경찰이 결정하고 있습니다. 연방경찰에 의해 인신매매 피해자로 결정이 되면 수사협조 여부와는 상관없이 45일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비자 타입은 Bridging F 이며, 2009년 7월부터 인신매매 피해자의 비자제도가 개정되면서 체류기간이 30일에서 45일로 늘어났지요. 그리고 개정 전에는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 현재 체류 가능한 비자를 취소하고 bridging F visa로 전환해야 했지만, 개정 후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비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비자 등 이미 체류 가능한 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 비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체류 가능한 비자가 없을 경우 Bridging Visa F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호주에 남아 있을지 선택할 수 있고, 45일 간 체류할 수 있으며 필요시 45일 추가연장이 가능합니다. 추가연장은 수사나 기소에 협조할 의사는 있지만 건강상태로 인해 협조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필요시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고, 안전한 숙소와 생계비가 지원되며, 상담, 의료서비스, 통역 및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사법지원 단계(Justice Support Stream)

피해자가 본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남아서 소송을 할지 결정이 되면 형사사법절차에 협조하는 피해자는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Criminal Justice Stay 비자를 받고 체류할 수 있습니다. 사법지원 단계에서 피해자들은 좀 더 폭넓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취업을 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장기간 머무를 수 있도록 주거비와 생계비가 지원되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나 주거용품 구입에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 밖에 의료보험, 법률지원, 통역, 직업교육, 영어교육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호주 밖에 있는 경우 인신매매 범죄자 기소를 위해 호주에 다시 입국하여 임시로 체류할 수 있고,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단기로 체류할 수 있는 숙소와 생계비가 지원됩니다. 하지만 소송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지면서 이 기간에 자녀를 포함한 가족과 결합할 수 있는 절차가 없는 것이 지적되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경찰 수사나 형사사법절차에 협조한 피해자나 본국으로 귀국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양가족은 증인보호비자(Witness Protection Visa)라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2012년, 2013년 미국부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는 48명, 2012년에는 11명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증인보호비자를 발급하였네요.

그 밖에 2008년 호주인권위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인신매매에 대한 라운드테이블(National Roundtable on People Trafficking)에서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법적 권한 및 지원 서비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9년 이러한 정보를 담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Know Your Right’ 이라는 팜플렛과 NGO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

피해자 지원제도에 대한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호주의 인신매매 관련 NGO 및 전문가들에 의해 한 가지 중요하게 지적된 부분은 형사사법절차에 협력하는 것을 조건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은 인신매매를 단지 형사사법체제에서 법집행의 문제로만 다루어 범죄자 기소에만 중점을 둔 정책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였고, 인신매매 피해자가 중심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곧 피해자 보호프로그램에 대해 수사나 사법절차 협조하는 여부와 상관없이 체류자격과 피해자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기소가 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아예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보호를 받고 임시 및 영구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UN 특별보고관인 Joy Ngozi Ezeilo 역시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조건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2012년 호주의 인신매매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 언급한바 있습니다.

호주정부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피해자의 체류자격 보장을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학생비자 등 이미 체류 가능한 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 비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체류 가능한 비자가 없을 경우 Bridging Visa F를 신청하여 처음 45일간 수사여부와 상관없이 체류 가능한 것, 그리고 증인보호비자와 같이 영주권 신청까지 가능하게 한 것 등 체류자격 보장에 있어서는 지원이 조건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피해자를 최대한 배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는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의 경우 체류자격을 어떠한 형태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는 듯합니다. 모든 피해자가 한국에 남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체류를 원할 경우 호주와 같은 이민국가 아닌 한국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관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E-6 비자를 가진 인신매매 피해자가 원래 2년까지 연장하여 체류가능한데, 호주와 같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자로 체류를 가능하게 하여 2년까지는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에서 연예인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든지, 어떻게든 본인이 가지고 있던 비자로 체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면 (단지 강제퇴거나 구금의 유예가 아닌) 인신매매 피해자로써 받을 수 있는 별도의 비자타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혹시 좋은 생각이 떠오르시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

(위 포스팅은 형사정책연구원과 어필에서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간된 “인신매매 방지 및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 연구” 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저자:어진이, 최민영, 발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더욱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www.kic.re.kr/html/pub_data/publication_list.asp)

변호사 어진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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