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샤샤에서 서울까지
콩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K씨는 원래 중국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치고 있던 콩고로 잠시 돌아갔던 K씨는 반군으로 오인받고 구금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2002년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본래 한국을 거쳐 미국, 캐나다 등 제3국으로 망명하려고 했으나, 계획이 좌절되자 2005년 한국에 난민인정신청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2009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난민인정 불허처분을 받습니다. 이후 2년에 걸친 기간동안 이의신청 및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결국 2011년 대법원에서 패소했습니다. 현재 K씨는 새로히 발생한 사유에 기반해 다시 난민신청을 하고, 불허처분을 받은 후 이의신청하는 소송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국제 미아로 살다?
K씨 부부에게 한국에서 정식 난민 지위 없이 난민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안타깝게도 생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며 사는 것은 K씨 부부 뿐만이 아닌 아이들입니다. 방과 후 눈을 반짝이며 엄마에게 한국말로 조잘거리는 올해 아홉 살, 네 살인 스티븐과 다니엘 모두, 서류 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기 때문이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분명히 명시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한국에는 외국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출생 등록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콩고 정부를 피해 망명한 K씨 부부에게는 자국 콩고 대사관에서 출생 등록을 할 옵션 또한 없기에, 사실상 이 두 아이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게 된 셈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한국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스티븐 다니엘 모두 외국인 등록증도 없고 출생 신고 역시 못한 상태입니다. 친구들은 모두 참석하는 그 흔한 소풍도, 보험을 들 수 없는 두 아이에겐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
현재 어필은 스티븐과 다니엘을 위해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부모가 체류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어주려는 시도는 처음이기 때문에 성공하게 되면 좋은 선례가 될 듯 합니다. 이 일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명시한 몇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는 K씨 부부와 아이들의 혈연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였습니다. 약 20만원 비용이 드는 검사인데요, 감사하게도 어필 사무실 아래층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민원업무 대행사인 원코이스에서 무료로 검사를 해주셨습니다.
지난 5일 화요일 오후, K씨 가족은 검사를 위해 어필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검사 내내 (간단한 머리카락 채집이었습니다) 귀여운 스티븐과 다니엘 덕분에 K씨 부부, 원코이스 가족분들, 그리고 저희 어필 모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외국인등록증도, 난민지위도, 그리고 스티븐과 다니엘에게는 소풍도 멀게만 느껴지는 훗날의 이야기지만, 이 오후만큼은 국적이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함이 느껴졌달까요. 낯선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K씨 가족이 지내온 차가운 기억들이 다 녹여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햇살 따스한 한 봄날 오후였습니다.
(5기 인턴 김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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