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난민아동 생활 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 발표회 참석 후기

2013년 2월 7일

[난민아동 포럼]

한국 거주 난민아동 생활 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 발표회

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주관 난민아동포럼이 열렸습니다. 난민, 그중에서도 아동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룬 자리는 처음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배움터를 꽉 채웠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도 박효주 변호사와 권민지, 권송 인턴이 참석했습니다. (권송 인턴은 2부 토론자로 참석한 욤비씨의 전속(?) 통역관!)

(배움터를 가득 채운 사람들! 2부 끝에서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님이 즉석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난민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참석자 수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1부 : 난민아동의 생활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보고

1부에서는 김현미 교수님(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과 이호택 대표님(피난처)께서 한국거주 난민아동의 생활실태와 난민아동 지원 해외사례, 국내 지원방안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들의 삶이 어렵듯이, 난민아동들도 여러가지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요, 한달 고정 수입이 세이브더칠드런 지원금 20만원 뿐이라든지,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심화되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든지 아동들이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중 빠른 ‘한국화’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동들은 한국의 언어 및 문화를 부모보다 훨씬 빠르게 습득해가고 있지만, 동시에 부모가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놀리거나 모국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없고, 모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를 보며 부모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동 교육에 있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요,이 부분에서 최근 어필이 인터뷰했던 콩고 출신 난민가족의 아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발표자 이호택 피난처 대표님)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이들(콩고에서 사용하는 불어는 20~30% 이해)은 스스로를 아프리카에서 온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데다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태도마저 한국 사회의 시선을 그대로 닮아  전쟁, 빈곤, 기아의 땅 아프리카에서는 절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볶음밥, 된장찌개, 냉면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부모들이 먹는 음식은 먹지 않으려고 해서 항상 따로 아이들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역시 체류자격 때문에 일어난 문제였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난민 분께서는 자신이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해서  집으로 불쑥 찾아와 콩고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경찰, 출입국관리소 직원들과의 대화를 초등학생인 아이가 통역해야만 했다고 말하며 눈물지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무국적자인 상태였습니다. (참고: 한국 거주 난민아동 50%가 무국적자, 난민아동 포함 국내 거주 무국적자 아동들 총 2만명) 아이들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본국 대사관에 찾아가면 또다시 박해를 받게 될까봐 두려워 제때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포럼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번호없는 아이들’, ‘보이지 않는 아이들’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여행자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학교 소풍 등에 참가하지 못하고(교육에서 배제) 의료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거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 등을 이 아이들 역시 겪게 될 것입니다.

아동들의 출생등록문제는 이날 포럼에서 여러차례 언급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UPR 권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는데요,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들이 부모의 지위로 인해 본국과 한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일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2부 토론자이신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님과 피난처 이호택 대표님의 말씀에서 조금이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부장님)

이호택 대표님에 의하면 아동이 대한민국에서 출생함으로써 체류하게 된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23조에 따라 출생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체류자격부여신청서를 제출하여 체류자격(외국인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소위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입니다.(출생 후 시간이 많이 흘렀더라도 과태료를 내면 등록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문제는 부모가 체류자격이 없을 경우 강제송환 될 것을 우려하여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공무원들이 이 제도를 잘못 이해하여 외국인등록증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 입니다.  대표님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 고발, 추방 조치를 하지 않는 것처럼 체류자격이 없는 부모들이 제때 등록을 하러 찾아올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김희경 부장님께서는 출생등록의 의미와 한국정부의 인식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출생등록은 ‘한 사람이 누구를 부모로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음을 법적으로 기록하는 공적 증명으로 그 자체가 권리’인 것이지,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 검토(UPR) 시 한국 정부의 답변에서처럼 ‘체류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적’과도 다른 제도이며, 앞으로 세이브더칠드런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쉬는 시간에 자료를 정리하는 박효주 변호사)

2부 : 난민아동지원방안을 위한 토론회

잠시 후 이어진 2부는 토론과 질의응답시간이었습니다. 신지원 이민정책연구원님(IOM), 홍규호 팀장님(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오경석 소장님 대신 발표), 김희경 부장님(세이브더칠드런), 욤비 토나(난민부모 대표)씨께서 토론을 맡으셨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권송 인턴은 욤비씨의 통역을 맡아 난민 부모로서 겪은 각종 에피소드(예: 콩고에서는 아내 외에 왕족인 자신의 나체를 볼 수 없는데 아들이 “아빠, 한국에서는 다 그런거야~” 라며 샤워실 문을 열고 들어온 일. 욤비씨는 언젠가 콩고로 돌아갈 생각인데 아이들이 너무 한국식으로만 행동하고 콩고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와 한국의 인종차별, 사실상 ‘통합’ 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다문화정책의 문제점(예:  직접 아이들에게 불어나 콩고 문화를 가르쳐주려고 해도 학교 측의 무반응으로 무산)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욤비씨는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해 부족(예: 아프리카에 공항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음)과 인종 차별적 태도(예: 흑인은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각하여 앞에서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옆에 오기를 피하는 일 등 )를 이야기하시며 어느 나라에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있지만 노력을 통해 정도를 완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또한 시민들 스스로가 난민아동을 박해하는 경우도 있다며(예: 리포터가 아이들을 데려가서 부모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인터뷰)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부에서는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욤비씨와 권송 인턴입니다)

그리고 이날 포럼에서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숫자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먼저 국내거주 난민아동의 수입니다. 김현미 교수님의 발표에서 총 173명의 난민아동이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2012년 12월 기준),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한 번 놀라고, 체류자격이 없는 아동의 숫자(부모가 난민인정을 받은 아동들은 48명,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아동들은 25명으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동이 더 많습니다) 한 번, 그리고 아동의 50%가 무국적 상태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두번째 숫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였습니다. 한국에는 140만 가량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30%인 42만명 정도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내 외국인 인구는 언제 이렇게 많아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도 외국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홍경표 팀장님께서는 1회성 이벤트(예: 체육대회)에 그치지 말고 기업과 시민단체가 연계해서 최소 1년 이상 이루어지는 멘토링 등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서 체계적인 사회지원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코멘트와 질의응답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 2위의 재외동포 송출국으로 총 7백만의 해외동포가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김현미 교수님께서는 인터넷을 보면 난민 등 외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 비난하는 목소리만 들린다며 모든 사람이 외국인에 대해서만은 ‘경찰관’처럼 바라볼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이 함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오늘날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쪽 공동체에서 동포들을 환대해주었기 때문이라고 ‘글로벌 코리안’을 외칠 때는 우리 사회를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난민아동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전하며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자에 소개된 난민아동지원단체를 통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거나, 지난 국회에서 폐기처리된 이주아동권리보장법 통과를 위해 힘을 실어주는 일 등입니다.그 어느때보다도 뜨거웠던 이번 포럼의 열기가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 아동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4기 인턴 권민지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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