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P project 미국 방문기 2부 – 필라델피아와 랭카스터

2014년 3월 2일

        사전 용어정리 : Refugee? Asylee?

대체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Refugee라는 말은 asylum-applicant 및 resettled refugee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가끔은 asylum-applicant를 난민신청자로, Refugee를 인정된 난민으로 쓰기도 하지만, 원래 Refugee는 난민협약상 요건을 구비한 사람을 의미하므로 asylum-applicant 중에서도 Refugee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Refugee는 난민심사단계에 따라 난민신청자일 수도, 인정된 난민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에 아직 재정착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한국에서 Refugee란 asylum-seeker와 동일한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Asylum-seeker와 Refugee?

일반적으로 난민으로 본역되는 두 단어는 통상 혼용되기도 하는데요. 가끔은 직역하여 행정단계에 따라 Asylum-seeker는 ‘난민신청자’, Refugee는 ‘인정된 난민’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와 같은 번역은 잘못된 것입니다. Asylum-seeker는 1)난민으로서 비호해달라는 의사를 당국에 표시한 사람, 2)아직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당국에 난민으로서의 보호를 요청하는(또는 앞으로 요청할) 사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Asylum-seeker를 난민신청자로 번역하는 것은 원래의미중 1)의 의미에서도 ‘행정단계의 위치’만 강조한 것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를 뜻할 때는 Asylum-applicant가 더욱 정확합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큰 재정착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일반적인 용례와 다르게 용어를 사용합니다. 미국에 입국한 후 난민인정신청을 한 사람을 Asylum-applicant로, 그 절차를 통해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을 Asylee라고 부르고, Refugee라는 용어는 오로지 재정착제도를 통해서 들어온 난민들에게만 사용합니다. 미국의 특유한 용법이죠. ‘난민협약상 요건을 구비한 사람’이란 용례가 아닌, ‘미국의 재정착제도를 통해서 데려온 사람들’을 일컫는 것입니다.

한국? 통상적인 난민, 재정착 난민 구분 없이 Refugee!  미국? 통상적인 난민은 Asylee, 재정착 난민만 Refugee!

   위 용어의 사용에서 보듯 미국은 Asylum applicants를 지원하는 단체와 재정착난민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는데요. 이번 CGP project의 미국 방문에서는 프로젝트의 목적상 이와 같이 재정착제도를 통해서 미국에 입국한 Refugee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을 만났습니다. 

한국의 난민지원단체들이 대체로 ‘난민신청자’들을 조력하는데에 즉,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에’ 거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달리, 재정착난민지원단체들이 지원하는 대상인 Refugee들은 이미 ‘체류자격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사람들이기에, 오로지 그들을 어떻게 입국단계에서부터 ‘환영하고’,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엇습니다. 

      재정착 난민지원 운동의 레벨?

한편, 운동 필드의 큰 규모에 걸맞게 미국은 난민운동의 영역도 크게 보면 4단계의 레벨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난민활동가들도 한 분야에서만 근무했던 사람과, 여러 가지를 다 경험해본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1.지역NGO레벨, 2.지역정부레벨, 3.연방정부레벨, 4.국제연대레벨 

 

예컨대, 지역 NGO들은 구체적인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실제로 난민들을 맞닥뜨리고 다양한 사회복지, 정착지원, 법률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단체들이었고, 지역정부에서는 각 mayor들의 직할 기구로 설치된 기구들을 통해 외국인정책의 일환으로 이를 돕고, 연방정부에서는 미국 전체의 재정착 난민지원단체들과 매년 계약을 맺고, 재정착 난민 수용쿼터를 설정하는 등 정책적인 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UNHCR과 같은 국제기구 또는 비정부기구간 국제연대단체와 같은 틀 안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있는 것이지요. 

     1일차 : NSC(Nationalities Service Center) 방문

미국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방문한 단체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NSC(Nationalities Service Center)였습니다. 지역NGO레벨에 속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921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단체로서, 사회복지, 교육, 법적 서비스를 이주자와 재정착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시에만 뿌리를 둔 단체였는데, 매년 90개국에서 온 4,000여명의 재정착난민들을 돕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단체였습니다. 

‘지원’에 초점을 둔 유럽 프로그램과 달리 미국 프로그램은 ‘자활’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그러한 재정착난민제도가 지역 NGO단계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NSC는 필라델피아라는 지역의 특성 답게 재정착난민들을 어떻게 ‘도시’에 정착시킬 것인가에 많은 노하우와 고민을 집적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역공동체에서 서로 융화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치 한국의 주말농장과 같은 곳의 운영을 난민들에게 장려하고 있었던 것이 특이한 부분이었습니다. 소득에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지역사회와 서로 융화하는데에, 그리고 극심한 외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감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변호사3명의 고용, 로스쿨생들의 인턴 고용이나, 사무실 사용형태와 같은 업무 외적인 것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Nationalities Service Center

1216 Arch Street, 4th Floor

Philadelphia, PA 19107

T:215.893.8400 F:215.735.9718

http://www.nscphila.org, hirearefugee@nscphila.org

 [NSC와의 회의]

[언어교육, 직업교육이 이뤄지는 컨퍼런스 룸 사용 시간표]

[사무실 전경]

[난민들이 작성한 장기 전략 마인드맵] 

[기부자들로부터 지원받은 난민지원물품창고]

[버마 난민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양곤”에서 점심식사]

[여러 곳에 흩어져있는 커뮤니티 마을농장 중 하나]

    2일차 : CWS 및 LCFS 랭카스터 지부 방문

인구가 5만명 정도에 불과한 소도시인 펜실베니아 주 랭카스터에서는 펜실베니아시의 모습과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지역까지 포함하여 30만명도 안 되는 적은 인구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500명의 재정착 난민을 수용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매년 500명!”

현재 시장이 특별히 난민의 재정착에 관심이 많다는 정치적 이유, 과거 독일 등 유럽에서 종교의 박해를 피해서 이주했던 지역으로서의 역사적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재정착난민 파일럿 프로젝트를 아시아 최초로 시행했던 일본은 매년 30명을 목표로 하였고 일본과의 경쟁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한국의 2015년경 재정착 난민 쿼터는 이보다 약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곳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CWS와 LCFS 랭카스터 지부였는데요(참고로 2014년 현재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어 미국 전역에 걸쳐 활동하는 재정착난민지원 단체는 9곳입니다). 특별히 난민들과의 생활밀착적인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자녀의 취학 문제, 예방접종문제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에서부터, 주거지 렌트 문제, 직업문제와 같은 것들에 대한 끈질긴 접근도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고용분야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고용주를 직접 만나가면서 고용을 설득하곤 한다는데, 어느정도의 유대관계가 있는 사업주에 한한 것이라 하더라도 꽤 오랜 기간에 걸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Church World Service  308 East Kind Street  Lancaster, PA  717-381-2890  http://www.cwsglobal.org/what-we-do/refugees/us-offices/lancaster/

Lutheran Children and Family Service Lancaster County  123 E. Vine Street  Lancaster, PA 17602  717-397-4757  http://www.lcfsinpa.org/(본부 홈페이지)

 

[CWS와 LCFS와의 미팅 현장]

[CWS와 LCFS와의 미팅 현장2]

[CWS와 LCFS 활동가들과의 기념사진촬영]

   느낀 점

재정착난민지원단체들의 특성상 한국의 난민지원단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사회복지사’와 같은 활동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방인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모든 활동은 결국 교육, 주거, 의료, 직업과 같은 삶 전반의 문제들에 대한 밀착적인 도움과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사실 미국과 한국의 맥락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이주민’들에 의해 건설된 나라라는 것은, 현재에도 이주민에 대한 수용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단일민족이란 신화 내지 테제가 강력히 작동하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민족주의적 성향의 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재정착난민제도가 한국에 도입된다는 뜻은 결국, 이와 같은 견지에서 모든 이주민, 난민들의 고유한 정체성 유지를 전제한 사회통합이란 결코 간단치 않은 이슈를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해보겠다는 것이기에 많은 주목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형태의 정부주도 재정착 모델이 사실 오랫동안 시행되어 왔었습니다.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지원이란 사업 목적 속에 들어왔던 하나원이란 시설 중심의 사고가, 마찬가지로 출입국지원센터라는 형태의 시설중심 재정착사업으로 재정착난민분야에서도 등장했고, 모든 형태가 이와 비슷하게 준비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회통합이란 것은 추상적인 형태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아니라 구체성과 역사성을 띄고 있는 개인 및 공동체들끼리의 만남인 것이 위와 같은 정부주도의 재정착 논의에서 심각하게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초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일정정도의 재정지원 후에 그들을 풀어놓으면 건강한 사회통합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사람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서로 어울려 사는 모습을 이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미국의 NGO들의 활동을 보니 한국에서 이와 같은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지 더욱 고민이 깊어갑니다. 

참고: 

 CGP project 미국 방문기 1부-난민의 재정착이란? 

http://www.apil.or.kr/1481

CGP project 미국 방문기 3부 – IRC in 볼티모어 & PRM in DC

http://www.apil.or.kr/1489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난민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