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트라우마 센터 초청으로 유엔고문방지 위원회 위원 2명(Ms. Nora Sveaass, Mr. George Tugushi) 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2013년 12월 19일에는 어필을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위 위원들을 모시고 유엔고문방지협약 이행에 관한 간담회를 열렸습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도 난민과 구금된 이주자의 상황에 대해 발표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난민과 구금된 이주자의 상황이 고문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유엔고문방지협약은 간단하게 the Convention against Torture라고 부르지만 사실 정확한 이름은 The 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and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로 고문 및 기타 잔혹한, 비인도적, 굴욕적 처우 내지 처벌 방지 협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문방지협약이 규율 하는 범위는 흔히 생각하는 ‘고문’ 보다는 훨씬 범위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난민과 구금된 이주자는 cruel, inhuman and degrading treatment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그 점에 있어서도 유엔고문방지협약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주어진 시간이 5분이기 때문에 난민과 관련해서 3가지 그리고 이주 구금과 관련해서 3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유엔고문방지협약 위반과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난민 이슈는 첫째, 난민신청자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난민신청자는 트라우마틱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 하루 빨리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서비스 자체가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기간의 난민인정절차 기간 동안 생존권이 위협을 당하여 제2차 트라우마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둘째, 난민신청자의 구금의 문제입니다. 최근 들어서 위조한 여권을 가지고 들어올 수 밖에 없는 난민신청자나 장기로 체류하다가 난민신청을 한 사람을 구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출입국관리 당국의 관행은 난민의 취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역시 잔혹한, 비인도적, 굴욕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셋째, 난민신청자를 고문 및 기타 잔혹한, 비인도적, 굴욕적 처우 내지 처벌을 받을 곳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입니다. 유엔고문방지협약은 협약국이 사람에 대해 고문 등을 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그런 처우나 처벌을 받을 곳으로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뿐 아니라 입국 한 후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 중에도 난민인정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고문 등을 당할 곳으로 강제송환 하는 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금된 이주자와 관련해서는 첫째, 현행 출입국관리법이 정기적인 사법심사 없이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2년이상 구금된 이주자들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3년 9개월 동안 구금된 사람도 있다고 하였고, 둘째, 구금된 이주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데, 특히 장기 구금된 사람들에 대한 정신 건강 서비스가 없어서 취약한 사람들이 더 취약해 진다고 하였습니다. 셋째, 공항에서 난민 신청한 사람들이 접수가 거부되어 출국대기실이라고 부르는 곳에 머물게 되는데, 이곳에서 자의적 구금을 당하면서 하루 세끼 치킨 버거만 먹을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처우를 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간담회에는 어필 이외에도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변,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외노협 등이 참여하여, 여러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엔고문방지협약 위반 사례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어필의 멘데이트와 관련된 이슈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속노동자후원회의 이광렬 사무국장은 외국인보호소의 경우 1) 보호 외국인들이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가 너무 힘들고, 그 비용도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다고 하면서 보호외국인들의 의료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2) 또한 보호외국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며, 7~8평에 10~20명이 수용되는 등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하며, 의료나 침구 세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였고, ‘자살방지’ 명목으로 겨울에도 양말을 못 신게 하는 등 생필품 사용도 규제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3) 직원들이 보호외국인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고, 군대식 규율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4) 마지막으로 보호외국인들이 운동이나 접견을 마치고 오면 직원들이 신체 검사를 매번 하는데 사타구니 사이로 손까지 집어 넣는 등 명백한 성추행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외노협의 이재산 사무처장은 외국인 단속과 관련해서 2008년부터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사례들(2008년 9월 미얀마 이주노동자, 2010년 10월 베트남 이주노동자, 2011년 11월 중국 이주노동자, 2012년 8월 몽골 이주노동자, 2012년 11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2013년 10월 29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사건도 소개하여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하였는데, 합동단속을 피해 여자 화장실에 숨어 있던 중국여성노동자 등입련씨를 단속반 남자 직원이 화장실 안까지 들어가 위협을 가했고, 달아나기 위해 등입련씨가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자 위 반속반 직원은 창문을 닫아 등입련씨의 얼굴이 창문과 창틀 사이에 끼게 한 상태에서 창문으로 여러 차례 얼굴을 가격을 하여 등입련씨가 실명하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재산 사무처장은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마련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를 위반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민변의 장영석 변호사는 1) 인신매매와 관련한 형법개정이 있었으나, 외국인인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보호를 포함한 통합적인 법률이 아니어서 사실상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고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2) 팔레르모 의정서의 태도와는 달리 개정형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동의가 있으면 인신매매로 처벌 받지 않을 여지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김종철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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