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광고한 담배회사, 시민들의 항의로 사과하고 광고를 내리다.
1. 2013년 9월 3일 편의점에 갔다가 이런 광고를 보고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오늘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디스라는 담배가 아프리카 전통 방식으로 구워 건조시켰다는데 사람은 안나오고 원숭이만 나오는 겁니다. 이거 아프리카 사람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의 소치를 넘어 완전 인종차별 아닌가요? 제가 과민반응 하는게 아닌가 싶어 여러분께 함 여쭈어봅니다”
2. 인종차별적인 불쾌함을 느꼈는데 이게 나만 느끼는 생각인지 몰라 페이스 북에 공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최* 그거 좀, 많이 나쁜데요…?!
공** 동감! 어이없네요. 광고제작자에게 어떤 의도였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오해하고 있는건 아닌지 싶어…
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숭이가 아프리카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는 아니죠. 게다가 담배맛도 별로구요
안** 많이 나쁘네요 이렇게 ‘감’이 없나 어찌 이렇게 천박한지
박** 이런 나쁜 XX들!! 이러니.. 콩고친구가 날더러, “니네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인=고릴라 라고 생각해”라고 하죠!!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광고를 만든 사람도 편향된 문화교육의 희생양 일듯~~ㅜㅜ
류** 액션 취합시다. 동감 및 동의… 해외에서도 뭔가 도울 일이 있으면 이야기 해 주세요.. 문득 남아공 ‘springbok’ 생각이 납니다
**철 심하네요
**천 저도편의점에서저걸보곤 아아직도이렇구나했습니다 인류가시작되었고거대하고다양한문화를지닌곳이여기선원숭이로정리되다니
성** 뭐 이런 인종차별적인 광고가 다 있나요? 기가 막히네요! 정말 무식하다못해 용감해보입니다… 이걸 제작한 사람이나 좋다고 광고에 쓰는 사람이나..
**원 헐 어이가없네요. 액션 함께해요!!!
3. 그 후에 댓글을 달았던 분들에게 위 담배회사 홈페이지(이 담배회사는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을 표방하고 있더라구요)에 방문하여 민원제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 그 제안에 동참을 하셨을 것입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9월 6일에 항의를 했습니다.
어제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의인화시킨 원숭이로 ‘디스 아프리카’ 담배 광고를 했더라구요. 그것을 보면서 콩고 출신 아프리카 친구가 몇 년 전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전화 카드 광고를 보는데, 어떤 사람이 캐나다에 전화를 거니 금발의 미녀가 받는데, 아프리카에 거니 고릴라가 받더라고. 그것을 보면서 얼마나 수치스럽고 불쾌했는지…”
아프리카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었다고 광고하면서 원숭이만을 넣었더군요.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 한번이라고 생각해 보셨나요? 아프리카는 그저 정글에 동물만 있다고 생각한 무지의 소치를 넘어, 전형적인 인종차별입니다. 동양 사람들을 비하할 때 원숭이라고 하는 거 아시죠?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어떤 기업이 한국을 묘사하면서 이런 식으로 광고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중 누가 그것을 참을 수 있겠어요?
최근 우리사회에 제노포비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가뜩이나 우려가 되는데, 귀사는 홈페이지에 사회공헌이다, 지속가능경영이다, 윤리경영이다 라고 말하면서 인종차별방지와 관련한 회사의 정책도 없고, 그것을 경영에 도입하는 것도 없는 것 같네요.
1. 아프리카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를 받기 전에 이 광고를 중단하고, 이미 내보낸 모든 광고를 즉시 철회할 것을 요청합니다.
2. 이런 식의 인종차별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알려주시기 요청합니다.
4. 그러자 9월 24일 경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담배회사로 부터 왔습니다.
저희 신제품 디스 아프리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이러한 브랜드 컨셉을 광고에서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던 중 창의력이 뛰어난 대학생 그룹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KT&G의 광고 대행사와 오랜 시간 공동 작업을 한 끝에 현재와 같은 광고물을 완성한 것이며, 고객님께서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특정 인종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에도 고객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KT&G는 관련된 여러 부서와 장시간 회의 끝에 디스 아프리카의 광고물을 재검토하고 수정?교체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5. 담배회사로 부터 반응이 온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아무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도 없는 이러한 조치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홈페이지에 사고를 하고 왜 광고를 내리는지 그 취지를 설명하라고 다시 그 담배회사에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6. 그리고 10월 20일 경에는 페이스북에 누가 페이지를 열어 서 위 담배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 국내외 언론에 이 문제가 제기되기 도 했습니다.
7. 급기야 11월 초 담배회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답장을 하였습니다.
말씀주신 지난 9월에 출시된 ‘디스 아프리카’ 관련하여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전통방식의 원료 특징을 표현하려했던 당사의 의도와는 달리 본 제품이 일부 고객분들께 인종차별의 뉘앙스로 느껴진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오며, 이번 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에 당사는 1차적으로 10월말부터 광고물을 전면 교체하고, 패키지 디자인 역시 수정안을 조속히 개발하여 교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향후 당사는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품 개발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상기 내용은 자사 홈페이지(www.ktng.com)에 11월5일부터 게재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자사에 대한 관심과 진심어린 제언에 감사를 드립니다.
8. 담배회사의 사과의 수위는 높지 않았고, 광고 회수 시기도 늦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담배회사로 하여금 인종차별적 광고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위 광고를 전량 회수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와 광고의 인종차별적인 태도에 대해 더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관련 태그
관련 글
- 2013년 12월 18일
- 2013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