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20일, 유엔 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는 한국 정부에 대한 자유권 규약(ICCPR) 이행 5차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어필은 심의에 앞서 119개 NGO 공동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고, 또한 인신매매 실태를 담은 개별 보고서 역시 제출했는데요, 5차 심의현장에는 정부 답변에 대응하고 적절한 권고를 이끌어내고자 문찬영 연구원이 참가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심의현장이라 긴장도 되었지만, 연대 단체들의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준비과정부터 심의현장, 그리고 이후 발표된 최종 권고까지, 한번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1. 준비과정: 로비, 로비, 로비!
한국의 인신매매 문제는 4차 심의 최종견해에서 지적됨과 더불어 자유권위원회가 5차 심의 주요 쟁점으로 고려하는 ‘보고 전 쟁점목록(LOIPR)’에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어필은 9월에 한국의 인신매매 조치의 한계 및 실태를 담은 개별 보고서(국문, 영문)를 제출했는데요, 특히 올해 시행된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인신매매등방지법")의 처벌 조항 부재, 피해자 식별 및 보호 절차 미비, 그리고 8년 전 4차 심의에서 지적되었던 성매매와 강제노동 실태가 변함없이 이어져왔다는 점 등이 강조되었습니다.
본 심의는 10월 19-20일이었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미리 제네바에 도착하여 16일부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첫 일정은 자유권 심의가 진행되는 ‘빨레윌슨(Palais Wilson)’에서의 ‘NGO 공식 브리핑'이었는데요, 심의 국가 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권 위원들에게 구두발언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본 심의에는 위원과 정부 대표단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지기에, 활동가들에게는 유일하게 공식 발언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어필은 한국 내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고, 체계적인 처벌, 식별, 그리고 피해자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후 활동가들은 각 이슈에 대한 로비를 다양하게 준비했는데요, 어필은 기존 개별보고서 제출 후 발표된 인신매매 관련 소식과 심의에서 위원이 정부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질문 등을 종합하여 로비문서를 추가적으로 작성 및 제출했습니다. 특히나 9월에 인신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이 절반가량 삭감되고, 2023년에도 꾸준히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및 강제퇴거가 지속되어왔다는 자료들을 정리하여 로비문서에 담았습니다.
2. 심의현장
한국 심의는 19일 오후에 시작이었지만, 활동가들은 아침부터 유엔 본부 앞 Broken Chair에 모여 현지 노동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집회를 열었습니다. 한국의 자유권 후퇴를 고발하고 각 의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메시지를 담은 팻말을 들며, 자유권 위원회에 저희 목소리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리였습니다.
이후 심의 직전, 활동가들은 비공식적으로 한국 심의 담당 위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브리핑 자리에 참가하여 주요 쟁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위원들은 담당하는 주제에 대하여 보다 세세한 질문을 하고, 활동가들은 답변과 더불어 추후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여 위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 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틀에 걸친 심의였지만 인신매매 관련 질문은 1일차에 나와서, 위원의 질문과 정부의 답변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담당 위원은 인신매매등방지법에 처벌 조항이 없음을 지적한 후, 강제력 있는 인신매매 방지 및 식별을 위하여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이주노동자의 여권 압수 및 근로감독의 고용주 개입을 어떻게 방지하는지, 그리고 이주여성 대상 성매매 근절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등, 중요한 질문들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이후 담당 위원을 확인하여 쉬는시간에 급히 붙잡고 각종 자료 및 통계를 보여주며 질문을 요청드렸었는데요, 이에 맞추어 예산 삭감과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질문을 추가로 해주어 무척 감사했었습니다.
심의 후 활동가들은 정부의 답변을 반박하고,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권고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최종 로비문서를 제출했습니다.
또 마침 제네바에 간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는데요. 활동가들은 현지 단체 및 유엔 기관 등 스태프들에게 한국의 인권상황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어필은 IDC(Immigration Detention Center),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그리고 이주민 특별보고관 등 기관 소속 실무자들을 만나 한국 내 인신매매 실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유엔 특별절차에 어필이 제기했던 청원들에 대하여 진행경과를 확인했습니다.
3. 그리고 권고!
심의 후 14일 만에 드디어 권고를 담은 자유권위원회의 최종견해가 공개되었습니다. 인신매매에 대한 견해 및 권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종견해 전문(영문, 비공식 국문 번역본) 및 시민사회 입장(보도자료)
인신매매, 노예제, 그리고 예속의 근절
33. 위원회는 2021년 인신매매등방지법 제정 및 2023년 3월 인신매매방지종합계획(2023-2027) 등, 당사국이 인신매매 방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그리고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노동착취 및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가 당사국에 여전히 만연하고, 피해자 식별은 미흡하며, 특히나 이주노동자는 고용주에 의한 신분증 압수 등의 관행으로 인하여 노동착취와 강제노동에 처해진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또한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들과 법상 처벌에 관련된 조항들이 유엔 인신매매의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않으며, 이는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있어 공백을 야기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34. 당사국은:
적절한 처벌조항 추가와 포괄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인신매매 정의 개정 등, 형법과 인신매매등방지법이 인신매매 관련 국제기준에 일치함을 보장해야 한다.
모든 인신매매 사건들이 면밀히 수사되고, 기소된 가해자들이 적절하고 억제력이 있는 처벌을 받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착취 피해자를 포함한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 보호, 그리고 지원을 하기 위한 조치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관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하는 고용주에 대한 형벌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자유권위원회는 성착취 및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가 여전히 만연하고, 법상 인신매매 정의와 처벌 조항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실태가 나아지지 않았음을 중요하게 지적해주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인신매매등방지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보장하고, 피해자 식별 및 보호 체계를 강화할 것을 한국 정부에게 권고했습니다.
자유권 위원회 5차 한국정부 심의에 제출된 문서 및 최종견해는 모두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다시, 앞으로!
비록 심의는 끝났지만,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따끔한 지적을 받아들이고 권고를 이행하도록 어필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활동을 펼쳐갈 예정입니다. 소중한 여정 함께해주신 활동가분들, 그리고 소식에 귀 기울여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문찬영 연구원 작성)
첨부문서
- 1. 제5차 CCPR 한국 최종견해 비공식 국문번역
- 2. IS20231105 보도자료 5차자유권최종견해 발표
- 3. CCPR C KOR CO 5 56542 ECCPR_C_KOR_CO_5_56542_E_AniwxAn.pdf
211.79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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