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세 번째 더 나은 이야기 – 수단 모하메드

2017년 11월 10일

 
 
2017년 9월 8일 금요일, 3번째 ‘더 나은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있는 ‘더 나은 이야기’이기에 더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이 날의 행사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의 상영으로 시작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의 전반적인 상황과, 그들을 향한 한국의 대우,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난민들의 노력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에 있는 난민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알게 된 후, 이 날의 진짜 순서가 시작되었다. 
 

 
 
<제도적인 변화의 초석> 
세번째 더 나은 이야기의 초대 손님 모하메드씨가 등장하기 전에, 어필의 이일 변호사가 이 날의 순서와 한국에서의 난민 제도와 관련된 간략한 설명을 하였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신청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되었다. 특히 인청공항의 난민신청자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충격적이었는데,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게 되면 우선 송환대기실이라는 곳으로 보내 지는데, 이곳은 본래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이 송환되기 전까지 단기간 머무르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신청자들이 장기간 구금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특히나 새로운 난민법이 시행되어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어려움이 더욱 컸는데, 그 시기에 모하메드씨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다고 한다. 모하메드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난민신청을 하였지만 입국 거부를 당했고 송환대기실에서 구금이 되었는데, 모하메드씨가 그 당시 그렸던 송환대기실의 모습은 작은 방에 칸막이만 몇 개 되어있는 열악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송환대기실의 난민신청자에게 접견권조차 보장되지 않아 변호사와 만날 방법이 없어 전화로만 연락하고 소통하며 소송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제도적인 변화, 즉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는 난민신청자에게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해달라는 소송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공항에 머무르는 난민신청자들이 변호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것은 이 날 사용될 질의응답 방법이었는데 최첨단 시대 답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질문을 접수 받고 그 중 몇가지의 질문을 뽑아 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난민과 난민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상황들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이 날의 진짜 주인공 모하메드씨가 통역사와 함께 관중들 앞쪽에 자리했다. 모하메드씨는 우선 본인이 어떤 이유로 수단에서 한국까지 와서 난민신청을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안전하다>

모하메드씨는 수단에서 살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국가에서 병역의 의무를 지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지시를 거부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군대에 들어가게 되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는 남수단과의 전쟁에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살인을 저지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병역의 의무를 거부함에 따라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생존을 위해서 고국을 떠나 한국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에 올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죽음에 휘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안고 왔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난민신청을 한 후 그가 있어야 하는 곳은 감옥과도 같은 공항의 송환대기실이었고 직원들이 자라고 할 때 자고,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라고 할 때 먹으며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어필의 이일 변호사를 알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변호사와 난민신청자가 같이 만나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없던 때라 카카오톡으로 소통을 하며 일을 진행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일 변호사를 만나지도 못한 채 메세지만을 주고 받았지만, 이일 변호사가 소송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고 반드시 한국으로 입국할 것 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결국 모하메드씨는 소송을 통하여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제서야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난민에 대해서 품고있는 생각을 살짝 변화시켜주는 말을 남겼는데 그것은 ‘그 어떤 난민도 난민이 되고자 자기의 고국을 떠나는 사람이 없다’ 였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그들을 난민으로 만들었을 뿐이고 난민들에게 자국을 떠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이어서 작은 소망을 전했는데 그것은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인들이 난민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 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모하메드씨의 이야기가 끝난 후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앞서 말한 최첨단 시스템을 이용하여 질문을 뽑고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러가지의 질문들이 뽑혔는데 예를 들어 어떻게 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 한국을 그 전에 알고 있었는지, 어떻게 희망을 가지고 버틸 수 있었는지, 수단에서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어떤 것 인지, 한국생활에서 가장 좋은 것과 어려운 것은 무엇인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강제징용이 해결되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등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제일 인상 깊었던 대답이 나온 질문은 수단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 질문에 모하메드씨는 본인이 수단의 정치적인 상황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 말 안에 담겨있는 감정들과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무지에서 나오는 편견은 분열을 일으킬 뿐, 우리에게는 한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태도와 그 속을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라는 이일 변호사의 마지막 말은 내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세 번째 ‘더 나은 이야기’에 모하메드씨가 초청되어 마이크를 잡은 덕분에 더 빛나고 더 값지고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음 ‘더 나은 이야기’도 그 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생각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어필 14기 인턴 김예선)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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