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열대림의 눈물도 ‘친환경’인가… 그린워싱 짙어지는 바이오연료 정책

2022년 10월 17일

열대림의 눈물도 ‘친환경’인가… 그린워싱 짙어지는 바이오연료 정책

  • 국내 바이오연료의 절반 이상은 탄소배출∙산림파괴∙인권침해 주범인 팜유

  • 지속가능성 없는 양적 확대로는 미래 없어

  • 반복되는 바이오에너지 그린워싱 논란, 정부는 개선 의지 있나 

산업통상자원부(이창양 장관)는 10월 13일 바이오연료 업계 간담회를 갖고,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을 발표해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 확대 △바이오항공유∙선박유 국내 도입 △업계 지원 및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추진 과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는 원료에 따라 그 한계와 문제점이 명확한 에너지원이다. 지속가능성 보장 대책이 빠진 산업부의 양적 확대 정책은 오히려 기후위기를 악화하고, 산림파괴를 재촉하고, 인권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국내에 유통되는 바이오연료의 55% 이상이 팜유 및 팜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원료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부터 전량이 수입되는데, 바이오디젤을 대상으로 하는 혼합의무화제도(RFS)와 바이오중유를 대상으로 하는 공급의무화제도(RPS)에 힘입어 2015년 제도 시행 이래 수입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산 팜유 및 팜 부산물은 지난 10년 간 10배 이상 증가한 반면, 국내산 원료 비중은 제도 시행 초기 44%에서 25%로 하락했다.

 

둘째, 팜유는 생산 및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문제로 ‘최악의 바이오연료’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다. 팜 나무를 재배하기 위한 플랜테이션 확보에는 생산국의 열대림 파괴가 수반되는데, 지금 팜유 농장의 45%가 30여 년 전에는 산림이었던 곳이다. 특히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토착민과 소농은 더 많은 팜유 생산을 위해 산림을 개간하는 팜유 기업으로부터 토지를 강탈당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고유의 역사와 문화까지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국내 바이오연료 업계도 현지에서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를 자행한 다수의 업체로부터 팜유를 공급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팜유의 토지이용변화(LUC)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2배 이상 높으며, 국제 식량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지난 9월 유럽의회는 2030년까지 수송용 바이오연료에서 팜유를 퇴출한다는 기존 목표에 대두유를 추가해 내년으로 퇴출시기를 앞당겼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는 이미 작년부터 바이오연료용 팜유를 금지했으며, 포르투갈은 올해부터, 독일은 내년부터 퇴출한다. 유럽연합은 이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 천연림∙습지∙이탄지에서의 수급 금지, 전기 생산 전용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금지 등의 지속가능성 인정기준을 시행 중이다.

 

넷째, 그러나 우리나라의 바이오에너지 정책은 이러한 지속가능성 보장 제도가 전무하다. 바이오연료의 사전적 정의와 산업 품질 기준만 충족하면 무조건 ‘친환경’ 에너지로 정책적 보조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는다. 산업부의 이번 발표도 세계 바이오에너지 동향을 제시하는 한편, 업계 표준이 되어가는 지속가능성은 빼놓았는데, 이는 선진국과의 규제 격차를 더욱 벌려 국내 업계의 수출에도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바이오항공유는 팜유가 포함되면 유럽 시장 진입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제도적 안전장치도 없고, 공급망 상에서의 환경적∙사회적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 한국 바이오연료의 ‘팜유 중독’은 이미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유출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환경적∙사회적 리스크가 높은 팜유를 ‘친환경’ 바이오에너지로 둔갑시키는 그린워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료 생산과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검토 없이 ‘가짜’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산업부의 안목이 과연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 이에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RFS 비율 상향 및 신규 바이오연료 도입 전 엄격한 지속가능성 인정기준을 우선 수립하고, 환경파괴 및 인권침해가 확인되는 고위험 원료를 퇴출한다.

2.     환경적 편익이 없는 바이오중유에 지급하는 REC 가중치를 철회하고, 운영 중인 바이오중유 발전소를 속히 폐쇄한다.

3.     2024년 추진 예정인 바이오연료 전과정평가(LCA)를 속히 시행하고, 이에 근거한 최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의무화한다.

4.     식량기반의 1세대 바이오연료 원료 및 산림벌채 위험이 있는 목질계 바이오연료 사업을 투자∙지원∙혜택 대상에서 제외한다.

5.     바이오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를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망 인권 ∙ 환경 실사법을 도입한다.

 

 

2022년 10월 17일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 환경운동연합

 

최종수정일: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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