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4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주여성들이 2018년 제출한 개인진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을 밝혔다. 세명의 진정인은 2014년 여름, 연예흥행비자(E-6-2)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가수로 일할 것이라는 계약을 하고 한국에 입국하였으나 동두천 미군 기지 주변의 골든게이트 클럽에서 일을 하면서 의사에 반한 일을 강요 받으면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 이들은 여권 및 신분증을 압수당하였으며 감시를 받고 클럽 주인의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며 성착취를 당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클럽 단속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를 당하였는데 인신매매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후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이 되었다.
수사 및 출입국 당국은 여성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하기는 커녕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하지도 못하고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이후 여성들은 공익법센터 어필과 두레방의 조력을 통해 구금 해제가 되었으나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과 강제퇴거명령 취소, 손해배상 등을 위한 소송은 모두 패소로 끝났다. 이에 여성들은 2018년 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확인하고 보호하지 못하였으며, 사법 및 충분한 구제방안 접근을 보장하지 않아 협약 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개인진정을 제기하였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출입국 공무원 및 경찰이 이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인하고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고 이들을 구금한 것, 법원에서 이들의 권리를 구제받지 못한 것이 행정청과 법원의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것이며 젠더기반 차별로 인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정부가 진정인들에게 완전한 배상을 제공할 것과 관련 비자 제도의 개선, 유흥업소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를 권고하였다. 또한 인신매매 의정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을 개정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 출입국 공무원 및 검찰, 판사들이 인권 중심의 접근을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우리는 정부가 즉시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여성들에게 배상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 인권 기구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연예흥행비자 제도를 아무런 개선 없이 운용하며 문제제기를 하는 피해자를 추방하고, 새로운 피해자를 입국시키며 인신매매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한다. 이에 우리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법집행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특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법원은 피해자에게 가혹하고 가해자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운 결정을 계속 하며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발급하는 기구로 전락을 하였다. 국내 사법 절차를 통해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은 가해자는 오히려 피해 여성들을 무고죄로 보복성 고소를 하며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고통을 받아야하는 것은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가해자이다. 우리는 정부와 법원이 이번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신매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3년 11월 29일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다시함께상담센터, 두레방, 사단법인 두루,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