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국회와 시민사회의 공동기자회견문
4년 넘게 구금된 난민, 독방 구금 중 새우꺽기 고문을 당한 난민신청자, 구금 후 성인 남성들과 한 방에서 지내야 했던 아동.
이들은 모두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규정 하나를 근거로 구금된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출입국관리법 제63조는 “즉시” 송환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기한” 구금을 허용한다.
이 때 구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와 판단조차 요하지 않는다. 또한 구금을 할 것인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는 행정청에 맡겨져 있다. 그 결과 실무적으로는 구금을 명하는 보호명령은 출국을 명하는 강제퇴거명령에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구금의 필요성과 구금으로 인한 해악에 대한 형량도 요하지 않는다.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지, 임신했는지, 국내에 부양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지, 난민심사 또는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구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지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결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신청자, 임금체불 등으로 국내 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 오히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주민들이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구금기간이 장기화되는 상황들이 반복되어 왔다.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정당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의 벼랑 끝에 있다. 그러므로 구금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마땅히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구금에 기한이 없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에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한국 정부에 이민구금의 기간을 제한하고 구금이 적절한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였고, 이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역시 2019년 구금의 적법성 여부가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정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가능한 최단 기간 동안만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주민에 대한 보호기간 설정 및 보호 이외 다른 대안적 조치를 우선 적용할 것을, 그리고 아동 및 미성년자의 구금을 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세계 각국 역시 이주구금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 기관에 의한 심사를 보장함과 동시에 구금의 기간을 절대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송환지침에 의해 유럽연합회원국들은 이주구금이 최초 6개월, 그리고 연장이 최장 12개월로 제한되어 있고, 프랑스는 구금상한을 90일, 대만은 100일, 남아공은 120일로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에 따른 구금이 너무나 쉽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3차례나 있었다. 두 번째 위헌소송 당시 위헌의견이 과반수였으나, 6인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여 합헌결정이 나면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입법기관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수원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으로 다시 헌법재판소에 기회가 돌아왔고, 2023. 3. 23. 헌법재판소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국회에 출입국관리법이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정하라는 과제를 부여하였다.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위한 구금의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구금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하고, 구금기간을 제한하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주민이 처한 상황에 따라 구금의 필요성과 구금이 끼칠 해악을 비교형량하도록 한편, 구금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최초 구금기간 20일을 연장하려는 경우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어, 자의적 인신구속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도 3세 아동이 창문도 없는 보호실에 성인 남성들과 같이 19일간 구금되는 등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의 효력을 2025년 5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시킴에 따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법안이 하루 속히 통과되어 위헌적 구금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23년 10월 4일
국회의원 박주민
이주구금제도개선TF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단법인 두루, 이주와 인권연구소,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이주민과 함께, 이주민센터 친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
발언 1 : 발의 개정법안 관련 배경과 법 개정의 필요성
이종찬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헌법재판소는 2023. 3. 23.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를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시설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원칙에도 반한다고 결정 하였습니다.
위 규정의 위헌성에 관하여 여러 쟁점들이 소송 과정과 결정에서 다루어졌지만 그 중 핵심을 담아낸 결정문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해봅니다. 오늘 박주민 의원실이 대표 발의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의 핵심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아니하여 장기간 또는 무기한 보호가 가능하도록 한 점과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관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당사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점에 있다.”
먼저 보호기간의 상한 설정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분명히 위헌성의 핵심이 “장기간 또는 무기한” 보호가 가능하도록 한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한이 있어야 함은 물론, 그 기한은 “장기간”이어서는 안 되고 “적절한 기간”이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확인이 무위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적절한 상한 설정이 필수입니다. 결국 여러 사정으로 송환이 어려운 외국인을 “장기간” 가두어 둘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오히려 입법자가 나서서 마련해주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앞선 개정안들은 1년 6개월(김형동 의원 안 및 조응천 의원 안) 내지 120일(이인영 의원안)의 총 상한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과연 ‘장기간’이 아닌, ‘적절한 기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다음 발언자가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겠지만, 저희보다 앞서 무기한 구금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국가들의 사례, 상한을 갖고 있는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등의 사례, 그리고 한국의 보호 외국인 통계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그 총 상한은 길어도 “100일”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이전의 개정안과 달리 총 상한 100일을 제시한 박주민 의원실 개정안을 환영합니다.
두 번째로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관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며 의견 진술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문제입니다.
우선 출입국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에 중립적 통제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그 기대는 인신구속에 관하여 오랜 실무를 축적해온 ‘법원’으로 쏠립니다. 실제로 앞선 개정안들도 그러합니다(김형동 의원안, 조응천 의원안).
그런데, 언제 어떻게 법관을 만나 심사를 받아야 헌법재판소의 위헌 확인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요. 또한 과연 법관은 어떠한 기준을 갖고 보호 개시나 연장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앞선 개정안들은 보호 6개월 후 연장 시 법관을 만나고 심사 방식은 미정이며 구금과 관련한 요건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보호 실태에 관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정 방향을 그려보면, 첫째 적어도 보호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에 법관이 개입할 것, 둘째 보호 개시 후 짧은 기간 내에 법관을 만나 심사를 받게 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 진술의 기회를 갖게 할 거, 셋째 보호의 요건을 제시할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시 한번 오늘 발의하는 박주민 의원실의 개정안을 환영합니다. 개정안은 보호명령을 받은 자가 법관에게 보호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법관은 그를 대면하여 심문하며, 보호 개시 후 20일 내에 법관을 만나 심사를 받도록 하고, 구금의 요건 또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안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들은 다음 발언자에게 바톤을 넘기면서, 법안의 관련 배경과 필요성에 대한 발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2 :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설명
이한재 변호사 / 사단법인 두루
지난 3월 23일,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중요한 결정이 있었습니다. 본 법안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하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입니다. 이 법안이 나오기 전에도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세 가지 발의되어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깊은 고려 없이 단순히 ‘구금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1년 6개월 등 비현실적으로 긴 상한만을 설정하고 구금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아, 사실상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이 전혀 없는 법안이었습니다. 오늘 발의되는 법안은 처음으로 헌재의 결정 취지를 진지하게 반영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행정 목적에 맞는 적절한 구금 상한이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법안은 구금의 상한을 100일로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과격한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명령한 취지의 가장 최소한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통계적으로 99.6%의 구금된 외국인이 100일 이내에 출국합니다. 100일이 넘는 상한 규정은 현실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90일가량의 상한을 두고 있으며, 우리보다 먼저 위헌 판단이 있었던 대만에서는 100일, 이스라엘에서는 3개월의 상한을 두었습니다. 상한 100일은, 헌재에서 말한 ‘집행을 위한 합리적인 기한’으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통계적으로도 증명된 규정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두 번째로 지적한 위헌 요소는 외국인의 구금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통제절차’가 필요하며,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본 법안은 구금 후 20일 안에 법원의 검토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구금된 사람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법원의 검토는 ‘적시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발의된 세 법안은 아예 절차에 관한 내용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금 후 6개월간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하여, 사실상 절차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무력화하는 법안이었습니다. 본 법안은 구금 후 20일 안에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는 연 15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20일 이상 구금되는데, 그들 대부분은 소송 진행, 형사절차 진행, 여권 발급 등의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기 기간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과연 이 사람들의 출국에 구금이 도움이 되는지, 도주의 우려가 있는 상황인지 최대한 구금 초기에 판단되어야 합니다. 또한, 적부심을 통해 억울하고 무의미한 구금에 대하여 법원이 적절한 시기에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는 실제 집행 가능성이나 구금 필요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강제퇴거 명령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구금되는’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퇴거 집행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이주구금이 그 목적에 맞게 통제되려면 언제 구금이 가능한 것인지 최소한의 요건이 규정되어야 합니다. 본 법안에는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신설하였습니다. 본 법안은 구금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며, 그 때에도 도주의 우려, 송환 가능성,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 또는 그 가족이 보호로 인하여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무의미하고 비인도적인 구금이 근절되고,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그간 위헌적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구금해 왔다’는 무거운 선언입니다. 그러한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하기 위한 박주민 의원실의 진지한 노력에 감사하며, 오늘의 법안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