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피앤피의 인도네시아 산림파괴 사업 중단 선언, 산림복원‧보전 책무 다해야
축구장 8,500개 면적의 열대림 파괴한 국내 2위 제지업체, 사업 철수 결정
시민사회‧지역사회, 무림의 ‘산림파괴’ 지속적인 문제 제기
토착민‧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산림 보전과 복원해야
지난 6월 2일 국내 2위 제지 업체인 무림피앤피(이하 무림)가 산림파괴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의 조림 사업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무림은 자회사 PT PNMP(PT Plasma Nutfah Marind Papua)를 통해 서울시보다 넓은 6만 4,000ha의 조림 사업지를 운영하고 있으나, 시민단체, 지역사회, 산림인증 기구(FSC)의 지속된 문제 제기로 “산림벌채 제로화”와 함께 작업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오랫동안 생태환경을 파괴해 왔던 무림의 이러한 결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토착민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친환경 기업’의 소임을 다했다고 자평해선 안 된다. 무림이 빼앗은 토착민의 삶과 자연의 생명을 돌려주어야 하는 큰 책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림은 종이‧펄프의 원재료로 쓰이는 목재 생산을 위해 자연의 열대림을 베고 그 자리에 인공 플랜테이션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으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축구장 8,500개 면적에 달하는 6,000ha 이상의 열대림을 파괴해 왔다. 무림은 이미 2021년 말부터 벌목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파푸아 현지에서는 불공정한 협상 조건에서 토지와 성소를 빼앗긴 토착민들의 저항이 계속되었다.
지난해 6월, 무림으로부터 숲을 잃은 부에페 마을 8개 부족은 공동성명을 통해 무림의 2018년 합의가 인도네시아 헌법과 파푸아특별자치법을 위반했으며, “모든 개발 및 투자 행위는 부에페 토착민과 자유의사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공익법센터 어필, 기후솔루션과 국제 환경단체 환경제지네트워크(EPN), 인도네시아 토착민권리단체 푸사카 등 국내외 6개 단체는 2022년 3월 공동보고서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의 숲과 사람들: 무림피앤피의 파푸아 섬 플랜테이션의 실체”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무림의 사업이 사전 환경 평가나 주민 협의 없이 숲과 숲에서 살아가던 토착민 공동체의 삶을 파괴했다고 폭로했다. 시민사회연대는 △산림벌채 중단 △토착민과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동의(FPIC) 이행 △고보전가치(HCV) 환경 평가 수행 등을 요구하며, 국제 산림인증 기구인 산림관리협의회(FSC)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듯 파푸아 주민들과 국내외 시민사회연대는 토착민의 터전, 나아가 환경적 보전 가치가 있는 파푸아를 파괴해 온 무림을 비판해 왔고, 결국 무림은 산림파괴 중단을 선언했다. 시민사회연대는 무림의 결정을 환영하는 동시에 이는 ‘친환경’을 표방한 기업의 당연한 처사라고 평가한다. 더불어, 국제 동향 상 산림파괴를 통해 생산한 상품 거래는 규제 대상이 되어가는 만큼, 비슷한 환경파괴로 지탄받는 타 기업도 무림의 적극적인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무림에게는 자사의 그린워싱 사업으로 착취 당한 토착민의 터전과 남아있는 숲을 지킬 책무가 남았다. 이번 발표가 단순한 홍보에 그치지 않기 위해 회사는 이미 파괴한 생태계를 복원하고, 주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협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자사가 천명한 “저탄소 녹색경영” 실현을 위해 일회용품을 홍보하는 대신 천연펄프 사용을 최소화하고, 장수명 상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최선의 산림 사업은 남아있는 숲의 보전과 사라진 숲의 복원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3년 6월 7일
공익법센터 어필, 기후솔루션